관세전쟁 약달러 기조에
수출 늘며 3년만에 최고치
대만 수출기업 환헤지 비상
수출 주도 경제체제인 대만이 미국 달러의 현저한 약세 흐름으로 비상이 걸렸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와 상대적으로 탄탄한 대만 경제지표에 더해 현재 진행 중인 대미 관세협상으로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환율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5일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대만달러 값은 한때 직전 거래일 대비 3.9% 오른 29.5대만달러까지 치솟으며 2022년 6월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일 이후 2거래일 만에 대만달러 가치는 달러 대비 8.1% 급등했다. 2일과 5일 달러당 대만달러 가격 오름폭은 각각 4.37%, 3.90%로 1983년 공식 통계를 집계한 이래 하루 상승폭 1·2위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일 대만 중앙은행은 환율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기도 했다. 유진 차이 대만 중앙은행 외환국장은 "수출업체와 해외 투자자들에 달러 매도 시 여러 번에 나눠서 거래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괄 매도에 따른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으려는 조치다.
대만 국책은행들이 직접 달러 매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블룸버그는 대만 수출기업들이 갑작스러운 대만달러 강세에 달러 매도로 대응한 점이 상승세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도 지난 2일 홍콩달러가 허용 가능한 강세 끝값(달러당 7.85홍콩달러)까지 오르자 60억달러(약 8조3000억원)에 이르는 달러를 매입했다. 1983년 홍콩이 달러당 7.75~7.85홍콩달러 수준을 유지하는 고정환율제 '연환제'를 도입한 이후 최대 규모 개입이다.
중국 역외 위안화도 5일 달러당 7.20위안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0년 홍콩에서 공식 출범한 중국의 역외 외환시장은 인민은행이 환율을 통제하는 본토와 달리 비교적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형성된다.
골드만삭스는 이와 관련해 "관세정책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예금에 대한 위험이 커졌다"며 "아시아 수출업체들이 달러 예치의 위험 대비 수익을 재평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전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무역장벽으로 후퇴한 아사이 경기가 향후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 NBC 인터뷰에서 "어느 시점에는 관세를 낮출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중국과 아예 사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