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테 도대체 왜 이래”...영화에도 관세 매기겠다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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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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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제작되는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다. 철강·자동차 등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확장하면서 K콘텐츠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국 영화산업에 불똥이 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이 소유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대해 100% 관세를 부과하는 절차를 즉시 시작하도록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은 미국 영화 제작자와 스튜디오를 미국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할리우드와 미국 내 다른 지역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영화산업의 쇠퇴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우리는 다시 한번 미국에서 제작된 영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와 USTR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미국에 수입되는 해외 콘텐츠의 불공정 행위에까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장법은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관세 부과 등으로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기생충’ 때리고 ‘록키’ 지원한 트럼프…콘텐츠 시장에 기습펀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할리우드 영화 산업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지난 1월 16일에는 트루스소셜에서 존 보이트, 실베스터 스탤론, 멜 깁슨 등 유명 영화배우 3명을 ‘할리우드 특사(Special Ambassador)’로 지명하면서 “이들은 지난 4년 동안 많은 사업을 해외에 빼앗긴 할리우드를 어느 때보다 더 크고, 더 좋고,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특사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0년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을 때 당시에도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한국과 무역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데 올해 최고의 영화상을 줬다”고 비판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에 대해서는 미국 언론들도 정당성과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지는 상황이다. 세계적 할리우드 영화를 여러 국가에서 촬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인데다 영화 산업의 내리막길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의 출현에 따른 수요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악시오스는 “실제 관세가 어디에 어떻게 적용될지, 무엇에 대해 부과될지는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며 “관세가 극장 개봉에만 적용되는지, 스트리밍도 포함되는지, 관세가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밑도 끝도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 발언에 국내 영화계엔 긴장감이 돌기 시작했다. 한국영화의 해외 수출액 가운데 약 15%는 미국 수출이 차지한다. 한국영화의 미국 수출길이 차단되면 가뜩이나 최근 침체된 한국영화에 추가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영화 ‘기생충’의 경우 미국 배급사 네온이 2000만 달러를 판권 구입과 마케팅 비용 등으로 투자했고, 흥행 성공으로 5000만 달러 넘는 박스오피스 수익을 거뒀다”며 “영화 관세가 상향되면 이같은 구조가 재연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유럽, 남미, 동남아 배급으로 이어지는 구조로 미국 영화시장은 일종의 세계 영화시장의 관문인데 한국영화가 ‘링’ 위에 오르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한국영화 수출의 침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영화 관세’ 발언이 현실성이 없는 ‘엄포’란 해석도 나온다.

노철환 인하대 교수(영화평론가)는 “영화는 제조품처럼 수입한 금액에 준해 소비자에게 유동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다. 대형 신작이든 독립영화든 제작비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의 영화 관람료를 지불한다”면서 “관세를 상향 조정한다고 해서 (티켓값까지 변동하지 않는 한) 미국이 이익을 볼 여지가 아예 없다”고 꼬집었다.

판권 50만 달러의 대형 외화를 미국 배급사가 수입한다고 할 때 세율이 10%인 경우 관세는 5만 달러 수준이다. 여기에 100% 관세를 적용해도 10만 달러가 된다. 미국의 실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

그 대신 각국이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맞불 관세’를 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오히려 미국이 타격을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반감만 높이는 역효과도 우려된다.

노 교수는 “미국 내에서의 외화 비중이 높아졌지만 이는 넷플릭스 내에서 외국 콘텐츠 비중이 높아진 것이지, 미국 영화 소비자들은 여전히 자국 영화만 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 극장가에서의 외화 비중은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높이면 다른 나라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관세를 높이게 될 텐데, 할리우드 제작사들의 배급이 오히려 제약을 받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미국 영화계와 한국을 포함한 해외 영화계의 합작 및 협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 이들 영화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영화 합작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미국 영화산업의 전체적인 침체가 이어지리란 경고도 제기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내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통상협상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중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최종적으로 내가 협상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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