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엔화…금리 올려도 여전히 엔저

3 days ago 5

일본은행(BOJ)이 16일 기준금리를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인상했음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금리 인상이 통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일본의 금리 수준 자체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 및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외환시장이 더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60.3엔 안팎에서 거래됐다. 일본은행 회의 결과 발표 전에는 160.05엔 수준까지 떨어졌지만(엔화 가치 상승) 결과가 시장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나오면서 차익 실현을 위한 엔화 매도가 늘었다.

엔화 약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꼽힌다. 일본 기준금리가 연 1%까지 올랐지만 미국 기준금리(연 3.75%)와 비교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에게는 낮은 금리로 엔화를 조달해 미국 국채나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여전히 매력적이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실질금리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엔화 매도·달러 매수 흐름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실질금리가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 완화를 선호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일본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일본 국채시장에 대한 우려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국채 장기물의 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 부채는 약 1340조엔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50% 수준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정부의 이자 부담도 커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이 공격적인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역수지 구조 변화도 엔화 약세를 이끌고 있다. 과거 일본은 수출 확대를 통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달러가 엔화로 환전되면서 자연스럽게 엔화 수요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자 달러 수요가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 대한 베팅이 늘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레버리지 펀드의 엔화 쇼트(공매도) 포지션은 11만5000계약을 넘어서며 2017년 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도쿄 금융권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지난해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직전 수준인 달러당 160.72엔을 재돌파하면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