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선박에 의무적으로 자국이 승인한 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된다.
◇추후 유료화 명시
19일 이란 페르시아만해협관리청(PGSA)은 공식적으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발효된 이날부터 해협을 통항하려는 선박의 신청서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PGSA는 이란이 지난 5월 신설한 정부기관이다.
PGSA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선박 통행에 관한 일반 및 특별 약관에 따르면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은 PGSA가 발급한 통항 허가증이 있어야 한다. 또 PGSA가 승인한 ‘선체 전쟁 항해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 보험서비스는 이란 정부가 해협 운항을 통제하고 관련 수수료를 부과하는 핵심 수단이 될 전망이다. 일반 약관에는 “PGSA가 향후 보험료를 도입할 권리를 보유하며, 보험료는 관련 보험사가 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함께 공개된 보험 약관에서 PGSA는 “보험료는 보험증권에 명시하고,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보험료를 이란 정부가 부담한다”고 적었다. 보험료를 부과할 예정이지만 지금은 일시적으로 면제한다는 뜻이다. 미·이란 MOU에 따라 60일 동안 해협 ‘무상 통행’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PGSA는 전쟁보험을 도입하는 이유로 “나포, 압류, 체포, 이동제한, 억류 및 지정항로 내 기뢰로 인해 선박에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강대국(영국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간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 등에는 보장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보험이 자동 해지되는 조건이다. PGSA가 공지한 항로 외에 다른 지역에서 유실된 기뢰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때도 보장받을 수 없다.
PGSA는 라라크섬 인근 지정된 항로를 통해서만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또 “이를 벗어나거나 대체 경로를 이용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하며 (약관) 위반으로 간주한다”며 “선주와 선장은 이런 위반으로 발생하는 모든 손해와 벌금, 사고에 전적인 책임을 진다”고 강조했다.
◇레바논 교전 이어져
이란의 조치는 공해상에서 자유로운 통항을 약속한 유엔 해양법 등에 어긋날 수 있다. 미국은 이와 관련해 통행료가 없어야 한다면서도 이란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반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만, 이란 그리고 걸프협력회의(GCC)가 함께 해당 해협에 대한 적절한 안보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해협이 다시는 세계 경제의 목줄을 쥐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이날 호르무즈해협의 해상안보 위협 수준을 ‘심각’에서 ‘보통’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격화하면서 협상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4명이 사망하고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도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까지 헤즈볼라 표적 80여 곳에 폭격을 가했다. 이 여파로 이날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양측의 첫 대면 실무협상은 무산됐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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