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31세. 하지만 우희준을 칭하는 타이틀은 다채롭다. 2019년 미스코리아 선이자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 특전사이자 통역장교였고, 카다비 국가대표로 2022년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더불어 학업을 병행하면서 올해 2월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석사, 5월 미국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와 함께 상반기까지 다수의 대학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님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 '대학원생 우희준'이 됐다. "배움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 강의도 다 그만두게 됐다"는 그는 새로운 배움에 즐거워하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올해 9월부터 서울대 대학원에 가게 됐어요. 다들 박사과정이 아니냐고 하시는데, 스포츠매니지먼트 석사 과정입니다. 카이스트 담당 교수님에게 박사 과정을 제안 받기도 했고, 로스쿨 졸업으로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도 갖췄지만 이건 나중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것들을 연계해 지식을 융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대학원에서 전문적으로 이걸 쌓고 싶다고 생각해 지원하게 됐습니다."
우희준이 카이스트 대학원에 진학했을 땐 군 복무 중이었다. 군대에 있으면서 학업을 병행했고, 파병으로 휴학하는 시기도 있었지만, 조기 졸업으로 모든 과정을 마쳤다. 쉽지 않던 '주경야독'의 상황에서도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진학한 이유에 대해 "내 기술을 법적으로 보호할 줄 아는 법 지식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카이스트 대학원을 다니며 주어지는 1회 지원 기회에서 당당히 합격통지서를 거머쥔 우희준은 야간 온라인 강의, 여름 본교 체류 수업을 병행하며 졸업까지 마쳤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학비도 많이 들었죠.(웃음) 카이스트는 제가 장학생이라 학비의 70%까지 지원을 받았는데, 노스웨스턴대는 학비가 엄청나요. 군대에서 번 돈, 파병가서 번 돈, 운동선수를 하면서 번 돈을 다 쏟아부었죠. '이렇게까지 투자해야하나' 싶을 때도 있었지만, 공부 자체가 재밌었어요. '변호사를 해야겠다'가 아니라, 더 넓은 법을 배우고 싶었고, 저의 기술을 다른 나라에 유통하려면 그 나라의 법을 배워야 하니까요. 그런 과정들이 흥미로웠고요."
일찌감치 졸업 요건을 갖춘 우희준은 올해 상반기 강의 뿐 아니라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FC원더우먼으로 합류하며 단숨에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의 활약과 함께 FC원더우먼은 창설 후 처음으로 결승전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엔 진로를 고민하며 축구만 했다"며 "팀 훈련과 개인 레슨까지 열심히 해야 필드에 발을 밟을까 말까했다"고 했다.
결승전을 앞두고 팀 훈련을 하다가 비 오는 야외 경기장에서 미끄러졌다가 팔이 부러졌던 우희준은 "수술을 하면 결승전을 뛸 수 없어서 통증 주사를 맞고, 테이핑을 하고, 상비약을 챙겨 가서 뛰었다"며 "그래도 '더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위축이 됐던거 같고, 경기도 졌지만, 열심히 준비했던 경기를 함께 뛰었기에 후회는 없다. '왜 다쳤을까' 속상했던 시간은 있었지만, 자책하진 않으려 한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다음 시즌도 함께하고 싶다"면서 "축구에 재미가 붙어서 서울대 대학원 축구팀에도 들어갔다"고 전했다.
"운동을 오래했지만, 이런 구기 종목은 처음이다보니 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기고, 재미도 있는 거 같아요. 이번이 저에겐 첫 시즌이지만, 저희 팀원들도 좋고, 팀 성적도 좋았고요. 운동을 할 때 실력이 안늘고 잘 안될때 스트레스 받는게 크거든요. 제가 했던 종목이 있고, 새로운 종목을 한다는 건 도전인데, 그 도전을 한 시즌밖에 못해본 거죠. 제가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의 절반도 못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훈련하고 레슨받고 있고, 잘 축적하고, 내제화해서 다음 시즌에선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새 시즌을 뛰고 싶어요."
우희준은 운동선수라는 정체성 뿐 아니라 특전사 이력으로도 주목받았다. 지난해 방송된 채널A '강철부대W'에서 특전사 팀의 조용하지만 강한 카리스마로 팀원들을 이끄는 리더십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에게 "방위산업이 아닌 스포츠로 진로 방향을 정한 거냐"고 묻자, "이 부분이 제가 더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다"고 답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어요. 수색대, 특전사, 파병 등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도 경험하고, 방위 산업, 무기 체계도 접했죠. 흥미도 있었어요. 제 카이스트 졸업 논문은 방위 산업 쪽이거든요. 그런데 로스쿨을 마치면서 '나중에 변호사 자격을 갖췄을 때 어떤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고, 군 출신 변호사는 저 말고도 많더라고요. 특히 남자들은 다 군대를 다녀오니까요.(웃음) 그런데 스포츠 분야에서 운동선수를 했던 사람이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하는지를 보니 많지 않은 거 같더라고요. 한국은 운동선수로 은퇴하면 지도자나 심판, 이런 쪽으로 가니까, 제가 이 일을 하면 더 메리트가 있겠다 싶었죠."
이번 서울대 석사 과정은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또 다른 도전이다. 카이스트에 이어 서울대도 장학금을 받으며 수업을 받고 있다는 그는 "글로벌 스포츠매니지먼트 과정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외국에서 온 학생들과의 교류가 활발하다"며 "다양한 관점 속에서 나의 스포츠 지식을 법과 연결해 보고 싶다"고 했다.
"당분간은 학교에 다니며 배움에 집중해보려 합니다. 여러가지 일에 집중력이 분산됐을 때 제가 힘들다는 걸 올해 상반기 때 뼈저리게 알았거든요. 여기에만 몰두했을 때 제가 얼마나 성장했을 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지식을 잘 쌓으면서 충분히 갖춰졌을 때 변호사 시험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도전, 경험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가능성은 열어둔 모습이었다.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즐겨본다"는 우희준은 "머리를 쓰고, 함께 고민하며 전략을 짜는 걸 좋아한다"며 "운동을 했다, 군대에 갔다고 하면 한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러한 부분들을 깨고 다채로운 모습들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제가 하는 선택, 공부들을 보며 비효율적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왜 또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저의 인생에서 큰 의미는 배우고 싶은 걸 배우는 데 있거든요. 남들과의 비교, 사회적인 시선이 아닌 제 관심에 초점을 맞추면 모든 선택이 쉬워져요. 앞으로 100세 인생이잖아요. 더 응원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