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가족이란 울타리 속 미안함과 화해
사남매가 단란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한 겹 벗겨보면 서로에 대한 미움, 원망, 미안함 등이 복잡하게 엉켜 있다. 같은 일도 서로에게 완전히 다른 색깔로 기억된다. 어디서부터 이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쉽사리 속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두 형제의 모습은 가족 간 소통이 쉽지 않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집을 잘못 찾아온 미리로 인해 두 형제의 마음 속 자물쇠가 열리는 과정은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무대 위 두 대의 피아노를 통해 선사하는 화음은 두 형제가 각각 다른 음으로 서로를 보듬는 것처럼 느껴진다. 창문을 통해 공연 내내 흘러내리는 빗물과 종종 들리는 빗소리는 가족 간의 응어리와 복잡다단한 감정을 씻어 내는 듯하다. 담백한 이야기와 풍성한 음악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동욱 역은 김형묵 송용진 최대철이 맡았다. 동현은 데니안(그룹 god), 후이(펜타곤), 김재한(OMEGA X), 조환지, 종형(DKZ)이 연기한다. 미리 역에는 박가은 안현아가 발탁됐다. 7월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8세 이상 관람 가능. 6만6000∼8만8000원.
뮤지컬 ‘니진스키’
세계 각지에서 뛰어난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프랑스 파리. 니진스키는 발레단 ‘발레 뤼스’를 창단한 제작자 디아길레프의 제안을 받고 발레 뤼스에 들어간다. 천재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도 이들과 함께 한다.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고 때론 팽팽하게 대립한다. 이들은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껏 고무된다. 하지만 달콤한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마음껏 펼치고 싶었던 니진스키는 디아길레프를 제외한 모두의 반대 속에 새 작품의 공연을 강행하지만 처참한 실패를 맛본다. 모두의 외면 속에 니진스키는 서서히 무너지고 정신 분열에 이른다.
예술을 향한 천재의 고뇌와 갈등을 클래식 선율과 함께 우아하면서도 처절하게 녹여냈다. 분신 역의 배우는 니진스키의 내면을 거울에 비추듯 그려낸다.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예술을 구현하고 싶은 욕망과 관객이 원하는 바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이 정면으로 충돌할 때 생기는 파열음을 가감 없이 비춘다. 영국 런던 정신병동에 있는 니진스키를 찾아간 디아길레프. 상대방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디아길레프가 건넨 발레 슈즈를 어루만지며 아이처럼 황홀해하는 니진스키는 애틋하다.
2019년 초연 후 2022년 두 번째 공연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공연 중이다. 쇼플레이의 인물 뮤지컬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쇼플레이는 지난해 창작뮤지컬 ‘디아길레프’를 공개한 데 이어 ‘스트라빈스키’도 선보일 예정이다.
니진스키 역은 정휘 박준휘 신주협이 맡았다. 디아길레프는 김종구 조성윤 안재영이 연기한다. 스트라빈스키 역에는 김도하 박선영 김재한이 발탁됐다. 니진스키의 아내 로몰라 역은 이다경 남가현이, 분신 역은 이지명 박준형이 각각 맡았다.
6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예스24아트원 1관.14세 이상 관람 가능. 5만∼7만 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