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활용한 생태계 복원 실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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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과 두나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대체 불가능 토큰(NFT)을 활용해 추진하는 생태계 복원 활동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시민의 디지털 참여를 실제 생물다양성 보전 성과로 연결한 ‘시드볼트 NFT 컬렉션’이라는 실험을 3년간 해왔다.

[한경ESG] 나우

지난 6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한 ‘정원의 말들-뇌과학으로 보는 자연의 환대 치유와 돌봄’ 토크콘서트 현장. 사진=환경재단

지난 6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함께한 ‘정원의 말들-뇌과학으로 보는 자연의 환대 치유와 돌봄’ 토크콘서트 현장. 사진=환경재단

평범한 시민들이 식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스마트폰으로 퀴즈를 푸는 등의 방식으로 실제 생태계 복원에 기여했다. 대체 불가능 토큰(NFT)을 수집한 시민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자생식물 보전지가 조성된 것이다. 이는 환경재단과 블록체인 기업 두나무,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함께한 3년간의 실험 ‘시드볼트 NFT 컬렉션’이 2000m² 규모의 숲으로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시드볼트 NFT 컬렉션은 참여자가 온·오프라인 미션을 통해 NFT를 수집하면 수집된 NFT 수에 비례해 실제 자생식물 보전지가 조성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는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 종자 영구 저장시설 ‘백두대간 시드볼트’에 보관된 종자 이미지를 기반으로 NFT를 발행해 멸종위기 식물의 가치를 알리기 위함이며, 기술과 환경을 연결한 참여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민의 디지털 참여,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이어져

이 실험은 NFT 발행과 수집을 넘어 시민의 디지털 참여가 생물다양성 보전이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시민들은 ‘요원’으로 참여해 온라인 퀴즈, 인증 미션을 수행하고 NFT를 획득하며, 이에 따라 실제 자생식물 보전지가 조성된다. 개인의 행동이 생태계 복원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중심 환경 캠페인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온라인과 전국 단위의 오프라인 참여 방식도 병행됐다. 시민들은 퀴즈와 미션을 통해 NFT를 획득하는 ‘포켓씨GO’ 이벤트에 참여해 시드볼트 NFT 홈페이지, 오픈 채팅방, 인스타그램 등에서 이스터에그형 콘텐츠를 탐색하며 미션을 수행했다. 동시에 전국 각지의 친환경 장소를 직접 방문해 현장 QR코드를 인증하면 NFT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폭넓은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시드볼트 NFT 컬렉션은 환경재단의 기획과 생물다양성 보전 노하우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시민이 재미있게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메시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도입했으며, NFT 획득 과정에 생물다양성 교육 콘텐츠를 접목해 학습과 실천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구성했다.

기술 파트너인 두나무는 업비트 NFT 플랫폼을 통해 NFT 자동 발급, 현장 QR코드 스캔 등 시스템을 지원했다. 발급된 NFT는 캠페인 참여 인증, 행사 입장권 등으로도 활용됐으며, 보유 NFT를 조합해 새로운 NFT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해 참여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보전지 조성은 단순 식재를 넘어 생태적 의미와 교육 효과를 함께 담는 데 중점을 뒀다. 환경재단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 생육 환경, 기관 전문성, 시민 접근성 등을 고려해 보전지를 선정하고 각 공간이 생물다양성 보전과 시민 교육의 거점 역할을 하도록 기획했다.

세 시즌 거치며 온라인에서 현장 체험으로 확장

시드볼트 NFT 컬렉션은 2023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시즌별로 운영됐는데, 시즌 1은 NFT 기술에 대한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됐다. 반려식물 인증 이벤트, 생물다양성 퀴즈 등 총 9종의 NFT가 발행됐으며,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시즌 2는 오프라인 활동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시즌 1 참여자 투표로 선정된 ‘무궁화’를 주제로 부산 아르떼뮤지엄 시드(SEED)관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가 열렸고, 14만여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부산 송도해수욕장에서는 바다 플로깅 이벤트도 진행돼 약 2360L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지난 5~7월에 진행된 시즌 3는 ‘치유’를 키워드로 생태적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 보라매공원 내 부스에서는 명상 요가, 토크 콘서트 등 자연과 교감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성향 진단에 따라 자생식물 씨앗과 NFT를 제공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정원의 말들’ 콘서트에서 ‘자연의 환대, 치유와 돌봄’을 주제로 기후 위기와 정신 건강의 연결을 조명했다.

'NFT' 활용한 생태계 복원 실험 눈길

NFT 활용한 ESG 실험, 환경 캠페인의 새 장 열다

세 시즌을 거치며 총 4만 명 이상이 캠페인에 참여했고, NFT 발행 수는 10만 건을 넘어섰다. 환경재단에 따르면 시민 참여를 바탕으로 조성된 자생식물 보전지는 총 2000m2에 이른다. 시즌 1은 신구대학교 식물원에 약 587m2 규모로 보전지 1호를 조성해 83종 4800여 개체의 자생식물을 심었다. 시즌 2는 진해 보타닉뮤지엄에 무궁화 테마 보전지 2호(1130m2)를, 시즌 3은 서울 보라매공원에 약 430m2 규모의 보전지 3호를 마련할 예정이다.

시드볼트 NFT 컬렉션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민 참여형 ESG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NFT라는 디지털 자산이 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시민은 NFT 수집을 통해 생태 보전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 이로써 환경 참여의 진입장벽은 낮아지고, 접근성은 높아졌다는 평가다.

두나무 관계자는 “NFT 기술이 환경 메시지 전달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며 “앞으로도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ESG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기술과 환경 메시지를 결합해 시민이 재미있고 쉽게 환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지속가능한 환경보전 행동을 확산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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