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법 국제적 권위자 류넝예 싱가포르경영대 교수
호르무즈 해협 불안에 급부상
비용·시간 절감 여부가 핵심
사실상 러 관할 … 향후 변수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을 북극항로 시대의 전초기지로 키우겠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항만·항공·철도를 잇는 트라이포트 구상, 북극항로 선도 전략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해수부는 대선 이후 북극항로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상업화 가능성과 조선·금융·에너지·제조업 연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항 불안이 커지면서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기존 해상 물류 통로가 수에즈 운하, 말라카 해협,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병목 구간에 편중돼 이들의 지속적인 항행 불안이 유가뿐만 아니라 해운, 무역, 산업 공급망 문제로 이어진다는 시각에서다.
올해 세계지식포럼 연사로 나서는 류넝예 싱가포르경영대(SMU) 교수는 북극항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상업성'을 꼽았다. 북극항로가 한국의 대외무역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잠재적 대안 항로가 될 수 있지만, 실제 이용 여부는 정부 구상보다 선사의 비용 계산에 달려 있다는 취지다. 류 교수는 2021년 세계 해양의 날에 유럽의회에서 연설한 해양법·국제환경법·극지법 분야 국제적 권위자다.
류 교수는 "해운사 입장에서 북극항로 이용을 결정하는 핵심은 비용과 시간 절감"이라고 진단했다. 북극항로의 물리적 가능성, 지정학, 환경 영향, 국제법 문제 가운데 어느 하나만 떼어 볼 수는 없지만, 최종 판단 기준은 결국 상업성이라고 설명했다. 해빙 상태와 기상 조건, 항만·구조 인프라스트럭처가 모두 운항 비용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북극항로의 지정학적 변수로는 러시아를 지목했다. 그는 "북극항로의 대부분은 사실상 러시아 관할권 아래에 있다"며 "러시아 당국 입장에서 북극항로 이용 확대로 경제적 유인이 있지만, 최근 국제 정세에서는 지정학이 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극항로 이용이 단순한 물류 효율 문제에 그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법 문제도 남아 있다. 북방항로의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국제해협(통과통항권 적용)을 주장하는 미국·유럽연합(EU)과 자국 관할 수역(내수)을 주장하는 러시아 사이의 오래된 견해 차이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문제가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북극 해역의 환경 규제도 부담이다. 류 교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폴라코드(북극과 남극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의 안전·오염 방지 의무 기준을 정한 국제 규범)를 예로 들며 "북극과 남극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에는 안전과 오염 방지에 관한 더 엄격한 의무 기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류 교수의 진단을 종합하면 북극항로는 한국에 전략적 의미가 있지만, 단기간에 기존 항로를 대체할 해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현되기 위해서는 상업성, 러시아 변수, 국제법 분쟁, 환경 규제, 인프라 비용이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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