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 르포
美·中·英 이어 세계 4위권 규모
발렌스, 전세계 통신 특허 120개
카라르, 전기차 배터리 수명 4배
그린로드, 운전 데이터로 안전↑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발렌스, 하나의 케이블만으로 높은 연결성 지원
“고성능 연결 전문 기업으로 데이터나 오디오, 비디오 관련 고대역폭과 고해상도 연결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느 곳이나 지원합니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최대도시 텔아비브 북동쪽에 있는 지역인 호드하샤론에서 다나 젤린스키 발렌스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회사의 핵심 기술을 이같이 설명했다. 발렌스는 자동차와 오디오·비디오 등 여러 산업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이스라엘의 팹리스 제조회사다.
발렌스는 초고화질(UHD) 동영상, 오디오, 제어 데이터 등 글로벌 연결 표준인 ‘HDBaseT’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다량의 케이블이 아닌 하나의 케이블만으로 전력과 모든 고품질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0년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픽처스 등과 함께 HDBaseT 얼라이언스사를 공동 설립한 바 있다.
그는 “배선 인프라 환경 자체가 까다롭거나 거리가 먼 곳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정적인 연결을 지원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방문한 발렌스 본사에는 회사 측이 한국 특허청에서 취득한 특허증도 게시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회사 측은 한국 특허청에서 받은 특허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렌스는 여러 통신 표준에 대해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120개 이상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스라엘, 높은 하이테크 산업 경쟁력 자랑…전체 수출비중 절반 넘어
다나 부사장은 “오디오·비디오 사업 분야는 약 20년 전부터 사업을 시작한 곳으로 많은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파나소닉의 디스플레이와 벨기에 영상 기업 바코의 프로젝터에 (회사의) 칩세트가 탑재돼 있으며, 삼성·LG·엡손 등의 여러 제품에도 설치돼있다”고 설명했다.
발렌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에 필요한 광대역, 배선 등의 문제를 극복한 커넥티드카를 지원하기 위한 ‘HDBaseT 오토모티브(Automotive)’ 기술도 도입했다.
다나 부사장은 “차 안에 센서·카메라·레이더·조명 등 여러 장비의 대규모 영상 데이터를 안정적인 방식으로 차량의 중앙 컴퓨터로 빠른 속도로 전송하는 것을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은 국가적 차원에서 스타트업과 하이테크 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발판 삼고 있다. 이스라엘 혁신청에 따르면 인구수 대비 스타트업과 유니콘 기업 수는 2024년 기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다. 하이테크 산업 비중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7.3%를 차지하고, 이스라엘 수출 비중의 57.2%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하이테크 산업 중 돋보이는 것은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이다. 한국의 약 5분의 1인 1000만 인구를 가진 소국임에도 산업 경쟁력은 주요 강대국에 밀리지 않는다. 이스라엘 자동차수입협회(I-VIA)에 따르면 이스라엘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규모는 미국, 중국, 영국에 이은 세계 4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 내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 수는 489개이고, 누적 투자유치 규모만 12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할 정도다.
카라르, 2상 침수형 냉각 기술로 배터리 과열 문제 해결
첨단산업의 핵심인 전기차 배터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대표적으로 ‘카라르’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위한 2상 침수형 배터리 냉각과 열관리 시스템(TMS)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현재 볼보그룹,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제너럴 모터스(GM) 등 다양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기업은 전기차 배터리의 리스크로 꼽히는 과열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가 과열될 경우 성능 저하·충전 속도 감소·수명 단축·화재 위험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카라르의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수명을 최대 3~4배 오래 지속되도록 설계돼 배터리 생산량을 50~60% 절감시키는 게 장점이다. 수명 주기 동안 최적의 온도를 유지함으로써 재활용 후에도 높은 용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상 침지 냉각은 발열 부품을 공기가 아니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 냉각액에 직접 담가 냉각하는 기술이다. 냉각액이 액체와 기체 상태를 오가면서 열을 제거하기 때문에 배터리 발열을 급격히 잡을 수 있다. 배터리 등 시스템 내부에서 온도가 수 초 만에 급격히 상승해 화재의 원인이 되는 열폭주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에이탐 프리드먼 카라르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온도를 제어하는 것을 통해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추출할 수 있다”며 “화재가 발생한 배터리 제품 특정 셀에서 다른 셀로 번지는 열폭주 전파 현상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디오닉스, 전기차 배터리 충전 속도 향상·수명 연장 도와
텔아비브에 있는 애디오닉스도 차세대 배터리 기술 스타트업이다. 이차전지용 3D 집전체를 개발 생산하고 있다.
집전체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을 물리적으로 고정해주고 충·방전 시 전자가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집전체를 평면 형태에서 벗어나 입체적 구조로 바꾸면 충전 속도 향상, 발열 감소, 배터리 수명 연장, 원가 절감 등 여러 장점이 생긴다.
애디오닉스 관계자는 “빛에 비춰보면 얇은 실크 스카프처럼 보이는 베터리 전극이 더 빠른 충전을 제공하고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30%까지 늘려준다”고 설명했다.
에이탄 혹스터 애디오닉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집전체를 활용해 화학 성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구조를 변경함으로써 배터리의 작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배터리 수명을 약 30~60%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린로드, 상용차 운전 데이터 분석해 사고 예방
그린로드는 기업용 차량 운전 습관과 안전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상용차·버스 등의 운전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를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여준다. 차량에 장착된 센서·스마트폰·카메라·ADAS 등 자료를 수집한 뒤 운전자의 행동을 실시간 분석한다.
전 세계 70개국 수백 개 기업이 그린로드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대중교통 운영기업 중 ‘스테이지코치’, ‘퍼스트 버스’, 싱가포르 최대 운수기업 ‘컴포트델그로’ 등이 대표적이다.
주요 제품으로는 스마트폰 기반 운전자 안전관리 앱인 그린로드 ‘드라이브’가 있다. 스마트폰 센서만으로 운전 습관을 분석하고 실시간 코칭 기능, 운전자 안전점수 등 기능을 제공한다. 사고 발생 확률을 50% 이상 줄이고, 운전 점수가 높을 경우 자동차 보험료를 33%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다른 서비스인 그린로드 ‘센트랄’은 관제 플랫폼으로 차량 위치, 사고, 위험행동, 안전점수, 운행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또, 그린로드 ‘비디오센스 프로’는 운전자의 부적절한 행동을 잡아내 사고 위험을 예방한다. 실내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 얼굴과 도로 상황 등을 동시에 분석해 운전자의 피로와 주의산만, 휴대전화 사용 등을 감지한다.
얄리 하라리 그린로드 최고경영자(CEO)는 “런던 버스 70%의 우리 시스템이 탑재돼 있으며, 아무리 많은 다른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버스 업체들은 우리와 재계약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기술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호드 하샤론·스데롯·텔아비브·홀론(이스라엘)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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