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전남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지역 교회들이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위한 예배를 올렸다. 지난해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뒤 첫 주일 예배다. 이날 설교를 맡았던 무안 대중교회(대한예수교 장로회 통합) 김준영 목사(67)는 14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그 어떤 성경 구절로도 유가족의 아픔을 달랠 수는 없다”며 “함께 예배를 드렸지만, 목사로서 설교하는 자리가 아니라, 옆에 있어 주고 아픔을 함께하는 자리였다”라고 말했다.
이날 예배는 참사로 경황이 없어 교회에 갈 수 없는 유가족과 조문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때문에 예배 시간도 일요일이지만 평소 교회 예배 시간과 다르게 오후 3시로 늦게 잡았다. 슬픔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유가족을 위한 배려였다. 김 목사는 “밤새 한잠도 못 잤거나 새벽에나 잠깐 눈을 붙였을 텐데, 평소 교회 예배처럼 아침 예배를 드릴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늘 하는 설교였지만 이날만큼은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참사 규모가 클수록 희생자, 피해자는 물론이고 유가족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이에 섣부른 위로가 자칫 또 다른 형태로 피해자, 유가족을 공격하는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설교를 예배당이라는 공간을 벗어나 참사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면 유가족들이 상처받거나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며 “혹시나 본의 아니게 말실수라도 하면 유가족들을 더 아프게 할 수 있기에 부담도 컸다”라고 떠올렸다.무엇보다 자신이 비록 목사지만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을 겪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고 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청천벽력처럼 떨어졌는데, 신앙을 가졌기 때문에 원망도 못하고 속으로 품고만 있으면 더 아프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거꾸로 왜 내게 이런 일을 겪게 하는지 하나님께 묻고, 원망하고, 너무하신다고, 이렇게 독하신 분인지 몰랐다고 얼마든지 따지라고 했지요.”
대신 김 목사는 “아픔은 크지만, 그 때문에 남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힘들고 고통스럽게 산다면 그건 먼저 떠난 분들이 바라는 게 아닐 것”이라며 “그래서 얼마든지 하나님을 원망하고, 대신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났을 때 먼저 간 자식 부모 형제 친구가 속상해하지 않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힘을 내 살자고 했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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