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장관, 국기 흔들며 조롱
서방 “인간 존엄 훼손” 비판
네타냐후도 이례적으로 질책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단의 활동가들을 동지중해에서 나포한 뒤 이들을 마치 현행범처럼 거칠게 다루며 무릎을 꿇게 하고 머리를 박게 한 영상이 공개돼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례적으로 공개 질책에 나섰다.
논란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이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뚫으려다 억류된 국제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시작됐다.
벤그비르 장관이 소셜미디어 엑스(X)에 직접 공개한 영상에는 이스라엘 남부 아스돗 항구의 구금 시설 바닥에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수십 명의 국제 활동가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은 한 여성 활동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Palestine)”이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경비 대원들은 이 활동가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끌어 내리고, 현장을 방문한 벤그비르 장관의 동선 밖으로 거칠게 끌고 나갔다.
이후 벤그비르 장관은 수갑을 찬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활동가들 앞에서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바로 이 땅의 주인이다”라고 외쳤다.
또 벤그비르 장관이 한 남성과 격렬한 언쟁을 벌이거나, 다른 활동가가 강제로 제압당하는 모습을 보고 “원래 이래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이번에 억류된 활동가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출항한 구호 선단 탑승자들이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전날 “가자지구 봉쇄 돌파를 시도한 활동가들의 항해가 종료되었다”고 발표한 뒤, 이들은 이스라엘 군에 의해 아스돗 항구로 강제 압송됐다.
국제사회에서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억류자 석방과 사과를 요구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국제 구호선단 참가자들을 모욕했다”며 벤그비르 장관의 제재를 유럽연합(EU)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의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 역시 “충격적”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캐나다·포르투갈·이탈리아는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하기로 했고, 프랑스·아일랜드·튀르키예 등도 잇따라 비난 성명을 냈다.
독일도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고, 그리스 외무부도 “용납할 수 없고 완전히 비난받을 일”이라며 이스라엘 당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도 활동가들에 대한 학대라며 규탄하고 자국민 석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여러 정부가 구금된 활동가들을 대하는 이스라엘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규탄하며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미국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구호선단 자체는 어리석은 정치적 행동이었지만, 벤그비르는 국가의 품위를 배신했다”며 “비열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논란이 커지자 네타냐후 총리도 이례적으로 벤그비르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성명을 통해 “벤그비르 장관이 구호선 활동가들을 대하고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와 규범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벤그비르의 행동을 “수치스러운 연출”이라고 비판하며 “국가에 피해를 입혔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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