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통되는 농산물에서 유해한 살충제 및 농약의 잔류물이 발견됐다. 특히 시금치, 딸기, 포도, 복숭아 등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소비되는 과일과 채소가 ‘가장 더러운 농산물’로 꼽혀 충격을 주고 있다.
23일 환경단체에 따르면 환경워킹그룹(EWG)은 최근 ‘2025년 농산물 소비자 가이드’를 통해 ‘더티 더즌(Dirty Dozen)’ 목록을 공개했다. EWG는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미국 농무부(USDA)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잔류 농약이 많이 검출된 농산물을 선정하고 있다.
EWG는 USDA가 47종의 농산물을 대상으로 실시한 5만개에 달하는 샘플 분석 결과를 인용했다. 그 결과 껍질을 벗기거나 세척한 상태에서도 75%의 샘플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됐다. 더티 더즌에 포함된 12개 품목에서는 96%의 샘플에서 농약이 검출됐다.
올해의 더티 더즌 1위는 시금치가 차지했다. 시금치 샘플에서는 평균 7종, 최대 19종의 살충제 및 농약 성분이 확인됐다. 유럽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신경독성 살충제 페르메트린이 발견된 샘플도 있었다. 그 뒤를 딸기, 케일, 포도, 복숭아, 체리, 천도복숭아, 배, 사과, 블랙베리, 블루베리, 감자 등이 이었다.
반대로 잔류 농약이 비교적 적은 농산물 리스트를 의미하는 ‘클린 피프틴(Clean Fifteen)’은 파인애플, 옥수수(스위트콘), 아보카도, 파파야, 양파, 냉동 완두콩, 아스파라거스, 양배추, 수박, 콜리플라워,바나나, 망고, 당근, 버섯, 키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일각에서는 EWG의 발표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EWG의 발표가 소비시장에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농산물 대부분의 잔류 농약 수준은 모두 법이 정한 허용치 이내라고 강조했다.
EWG는 “잔류 농약 정보는 소비자의 알 권리”라며 “잔류 농약이 많은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기농 여부를 불문하고,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여전히 중요하다”라며 “올바른 세척 방법으로 안전하게 섭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