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높을땐 이직하던 개발자들…AI 전환에 ‘노조’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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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6일 삼성SDS에서 창사 41년 만에 첫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이틀 뒤 신세계그룹의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신세계I&C와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도 잇따라 노조 출범을 알렸다. 높은 몸값과 활발한 이직으로 처우를 개선해 온 IT업계 인력들이 ‘개인 협상’ 대신 ‘집단교섭’을 택하기 시작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성과급과 인사제도를 둘러싼 갈등이지만, 그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전환으로 커진 직무 변화와 고용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AI 전환에 ‘이탈’ 대신 ‘발언’

올해 1월 삼성SDS 사내 익명 게시판은 바닥에 드러누운 사람 모양의 그림으로 도배됐다. 회사 실적은 좋아졌는데 성과급이 줄어든 이유를 설명하라는 직원들의 항의였다. 약 5개월 뒤 회사가 현금 성과급을 자사주 중심의 보상제도로 바꾸려 하자 불만은 노조 설립으로 번졌다. 이달 6일 출범한 삼성SDS 노조는 하루 만에 조합원 5650명을 확보하며 과반노조를 달성했다.

이틀 뒤인 8일 신세계I&C도 노조 출범을 공식화하고 고용안정과 공정한 보상 체계, 의사결정 투명성 등을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현대오토에버 노조도 같은 날 공지를 내고 노조 활동을 본격화했다. 그동안 시스템 통합(SI) 업계는 이직률이 높고 비교적 업무 형태가 자유로운 개발자와 사무직의 비중이 커 노조 조직화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달에만 대기업 계열 IT서비스 기업 세 곳에서 창사 이래 첫 노조가 출범한 것이다.

노조 설립의 도화선은 보상과 인사제도, 조직개편을 둘러싼 갈등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I 전환(AX) 가속화가 불러온 직무 변화와 고용 불안이 구성원들을 집단행동으로 이끈 구조적인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는 프로그램 코드 작성과 오류 점검, 고객 문의 대응 등 그동안 개발자와 시스템 운영 인력이 맡아 온 업무 일부를 자동화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지만, 직원들은 기존 직무가 축소되거나 인력 재배치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권오경 삼성SDS 노조 지부장은 “그간 IT 업계에서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직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지만, 요즘에는 AI 전환으로 인해 이직이 쉽지 않다”며 “회사가 인건비를 얼마나 효율화할지 고민하는 만큼 직원들도 고용 안정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노조 출범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처우나 조직개편에 불만이 생겨도 과거처럼 회사를 떠나는 ‘이탈’보다 조직 안에서 집단적으로 의견을 내는 ‘발언’을 선택하는 직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AI 성과 배분이 새 교섭 의제로

다만 노조 확산이 AI 투자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은 직무가 어떻게 바뀌고,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회사와 직원이 어떻게 나눌지를 협의하자는 입장에 가깝다. 재교육과 직무전환 기회를 얼마나 보장할지, 조직개편과 외주화 정보를 어느 수준까지 공개할지가 향후 핵심 교섭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전환에 따른 고용 불안은 기업의 사업모델뿐 아니라 직원들의 협상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며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중심이던 기존 교섭도 앞으로는 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과 직무 전환,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논의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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