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관광연계 목욕시설 많아
MZ ‘당일치기 목욕여행’ 떠나
해운대 러닝후 온천 코스 인기
“서울에서는 지도를 찾아봐도 목욕탕을 찾기 쉽지 않아요. 차라리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갑니다.”
인천에 사는 김유정 씨(27)는 지난해부터 부산 목욕탕의 매력에 빠졌다. 2~3주 간격으로 부산으로 내려와 목욕을 즐긴다. 지난 5일에도 인천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해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했다. 부산 해운대 바닷가 인근에서 러닝을 즐긴 후 곧바로 해운대온천센터를 찾았다.
김씨는 “처음에는 부산 목욕탕의 긴 굴뚝을 보고 이게 무엇인지 호기심이 일었고, 부산에 다양한 목욕탕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인천과 서울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 검색해봐도 목욕탕을 찾기 쉽지 않다. 부산에서 아직 못 가본 목욕탕이 많다. 운동뿐만 아니라 재래시장, 먹거리 등과 함께 부산 목욕탕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 본가를 둔 직장인 조민지 씨(31)도 이달 초 부산에서 목욕 여행을 즐겼다. 해운대온천센터와 금샘탕 등 2곳을 방문했고, 광안리·해운대해수욕장도 함께 찾았다.
조씨는 “서울 본가 주변에는 어릴 적 자주 갔던, 걸어갈 수 있던 목욕탕이 이제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서울보다 부산 목욕탕이 더 많이 나온다”면서 “차라리 여행을 겸해 부산을 찾아 목욕을 즐겼다. 부산에는 레트로한 목욕탕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KTX를 타고 서울로 떠났던 청년들이 이제는 KTX를 타고 부산으로 목욕을 하러 온다. 서울 등 수도권 MZ세대가 부산을 찾는 것은 이곳이 서울보다 목욕·온천시설을 더 갖췄기 때문이다.
22일 부산시·서울시 목욕장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부산과 서울의 영업 목욕탕은 각각 651개, 650개로 집계됐다. 인구수로 살펴보면 부산은 목욕탕 1곳당 4982명인데, 서울은 1만4737명으로 과밀 상태다. 2019년에는 부산 목욕탕이 834개로 서울(891개)보다 적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부산 목욕탕이 서울보다 많아졌다.
특히 지난해 1월 기준 부산과 서울에는 각각 67곳, 5곳의 온천이용시설이 있다. 목욕업으로 중복 집계된 수치(부산 58곳·서울 5곳)를 제외하더라도 부산에 서울보다 더 많은 온천이 있다.
목욕탕은 부산과 서울보다 경남(763개)이나 경기(731개)에 더 많지만,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KTX가 더 편리해 여행을 겸해 부산행을 택하는 추세다.
외국인 관광객도 부산 목욕탕에 반했다. 외국인이 찾는 대표적인 목욕탕은 쇼핑·숙박 등 관광지와 연계된 곳으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스파랜드’, 해운대 엘시티 ‘클럽디 오아시스’, 호텔농심 ‘허심청’ 등이다.
지난 11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1층에 위치한 스파랜드 입구는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국적도 일본·중국·대만·미국 등으로 다양했다.
스파랜드에 들어가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들어 쓰고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했다. K푸드인 라면도 인기를 끌었다. 스파랜드 내에 마련된 라면 매장에서는 한강라면 기계 앞에서 라면에 어묵, 대파 등 토핑을 잔뜩 넣은 외국인이 조리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 A씨는 “여행 중 스트레스 풀기에 이곳이 최고인 것 같다. 수건을 양뿔 모양으로 접어 머리에 쓰는 체험을 했는데 사진 찍기에 정말 좋았다”며 “한국 라면도 이전에 먹어보긴 했는데, 한강라면은 더 맛있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
백화점에 따르면 스파랜드 방문객 중 외국인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전체 방문객 중 20%대에 머물렀던 외국인 비율은 2024년 40%대, 지난해 50%대로 급증했다. 이에 스파랜드 방문객도 매년 6%씩 신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백화점 측은 지난해 11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K푸드로 각광받는 라면 매장을 입점시켰다. 오뚜기와 협업해 진라면 등 라면 20여 종을 비치했고, 직접 한강라면을 제조해 먹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올해도 부산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겨냥한 콘텐츠를 더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클럽디 오아시스는 해운대해수욕장을 바라보면서 워터파크·찜질방·사우나 등을 즐길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다. 지난 3~4월 리모델링을 마친 허심청은 일본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다. 다만 이곳은 탈의한 채로 목욕을 즐겨야 해 목욕 문화가 다른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은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간에서도 투어, 전시 등 각종 부산 목욕 관련 행사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욕실 기업인 로얄앤코와 목욕 콘텐츠 업체인 매끈연구소는 다음달 4~5일 부산에서의 목욕 투어를 마련했다. 목욕 외에도 산복도로 탐방, 요트 승선, 모모스커피 시음 등 지역 관광 콘텐츠와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두 업체는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로얄에서 목욕으로 부산을 살펴보는 전시회인 ‘목욕탕 해부학 : BUSAN(부산)’을 열기도 했다.
매끈연구소가 발행하는 잡지 ‘집앞목욕탕’ 발행인이자 자칭 ‘목욕 덕후’인 목지수 싸이트브랜딩 대표는 “서울은 비싼 땅값에 목욕탕이 설 자리를 잃었다. 1만원이 넘어가는 목욕탕 가격으로는 힘들다”면서 “특히 서울은 호텔이나 1인 사우나 등의 목욕탕이 많고 대중탕은 더 찾아보기 힘들다. 부산도 목욕탕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인기다. 부산을 러닝, 맛집, 목욕탕 등 콘텐츠와 엮어 웰니스 산업의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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