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은행 수익과 금융소비자의 고통

1 week ago 7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 등록 2025-04-09 오전 5:00:00

    수정 2025-04-09 오전 5:00: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시장금리가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값 즉 ‘중립금리(neutral interest rate) 수준’보다 높아질수록 기업은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기에 경제는 질곡에 빠진다. 경기를 위축 또는 과열시키지 않는 중립금리와 시장금리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 금융소비자의 고통은 커진다. 대출금리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같은 거시경제 상황에 비해 높을수록 경제는 무기력해져 성장동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는 저성장, 고물가 체질로 변하면서 고금리 고통은 심해지게 된다.

2025년 성장률 전망치 1.5% 내외, 내수의 큰 영향을 받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2% 정도라면 2025년 현재 한국경제의 중장기 중립금리 수준은 3.5% 내외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현재 잔액 기준 총평균 수신금리는 연 2.38%인데 총평균 대출금리는 무려 연 4.62%에 달했다. 이를 요약하면 은행 대출금리 수준은 중립금리 수준보다 자그마치 1.12%p 정도나 높은 데다 수신금리의 무려 2배가량 된다. 가계와 기업활동은 고통스러운데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거액의 이자수익으로 매우 수지맞는 장사를 하며 대호황을 누리는 배경이다.

하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은행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예대금리차로 거두는 막대한 수익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고 금융소비자 고통의 대가 그 자체다. 공정 경쟁이 뒷받침돼야 금리자유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경쟁 없는 금융 독과점 체제에서 금리자유화로 은행만 폭리를 거두고 있다. 예금금리의 배에 가까운 대출금리 등 배꼽이 배만 한 기형적 형태 탓에 금융소비자의 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고 정상적 경기순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높은 금리로 은행은 기업이 창출한 평균 부가가치보다 더 큰 몫을 빼앗아 가니 기업은 신음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자유화의 선행조건으로 경쟁이 뒤따라야만 효율적 시장이 형성되는데 우리나라 은행시장에는 경쟁 없는 금리자유화에 따른 독과점이 이어졌다. 은행이 배를 불리면 불릴수록 금융소비자의 고통은 그만큼 심해지는 상황을 방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게다가 기업이면서도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은행이 마음대로 정하는 ‘가산금리’의 기준이 무엇인지 금융소비자들에게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기준금리가 대출금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금리수준이 높아지는 금리경로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조율 효과가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고성장 변곡점을 지난 저성장시대에 턱없이 높은 가산금리로 말미암아 금융부문이 실물부문 순환을 지원하기는커녕 가계와 기업을 질곡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과거 방만한 부실대출로 멍이 들었던 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대부분 파산지경에 이르러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퍼붓게 해 국민경제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다. 은행의 부실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 독과점 체제에서 가산금리를 은행 마음대로 정하도록 하자 실물부문이 금융부문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졌다. 경제구조가 복잡하게 발달할수록 금리의 고저에 따라 경제순환에 미치는 영향이 증폭되기 때문에 고금리 대출 관행은 한국경제의 커다란 장애물이다. 대출은행 수를 획기적으로 늘려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실상 공기업인 은행의 가산금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고금리 폐해를 막아야 한다.

은행 총평균 대출금리 수준이 기업의 경상이익보다 높은 비정상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계속기업으로 활동이 불가능해져 한계기업, 부실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계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시장금리는 경제성장률에 물가상승률을 합한 값보다 높지 않아야 계속기업으로서 활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숙주인 가계와 기업이 망가지면 결국 실물부문 활동에 기생하는 은행도 무너진다는 사실은 IMF 외환위기의 교훈이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