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보내는 반도체株
HBM 공급 소식에 회복 기대
트럼프 트레이드 소외된 로봇
머스크 옵티머스 가동땐 탄력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고 이제 새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미국 주식과 가상화폐 시장의 부흥으로 국내 주식 시장은 하반기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하지만 내년 경제 성장률 둔화, 소비 위축, 고환율 우려 등 단기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악재는 상당 부분 선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상당 부분의 우려와 악재가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게 반영됐고, 수급적인 측면에서도 매도 정점은 지났다고 판단된다.
반도체
반도체 업황, 그중에서도 특히 레거시 D램의 가격 하락 사이클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인공지능(AI) PC와 AI 스마트폰 시대의 본격 개화, 빅테크 기업의 서버 교체 주기 도래,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 등 긍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주가는 보통 6개월 정도 선행해 움직인다. 반도체 다운 사이클의 혹독한 겨울은 이미 충분히 겪었으며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장기간 바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주문형 반도체(ASIC) 시대의 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브로드컴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규모 HBM 공급을 요청했다는 소식은 반도체 업황과 투자 심리를 다소나마 회복시킬 긍정적 재료로 판단된다.
반도체 소부장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연말 키 맞추기 효과, 소위 윈도 드레싱 효과 덕에 바닥권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도 하반기 내내 평균적으로 30~40% 강한 조정을 받았다. 브로드컴 효과로 내년 HBM 시장 공급 과잉 우려가 말끔하게 해소될 수 있는 만큼 이제 바닥권에서 꿈틀대고 있는 주요 HBM 공정 장비 수혜 기업을 주목해볼 시점이다. 한미반도체, 테크윙, 이오테크닉스, 피에스케이홀딩스 등은 HBM 분야에서 성장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
이번주 가뭄의 단비 같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호재가 들려왔다. 삼천당제약이 독일 기업과 미국·중남미 6개국에 아일리아(황반변성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더불어 알테오젠, 리가켐바이오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의 최근 주가 하락도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연초 1월 효과가 반영되고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등 단기 이벤트가 부각되면 충분히 가격 상승 시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 치료제 섹터는 최근 머크의 2조9000억원 딜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투자와 시장 확대가 지속되는 만큼 국내 관련주에 대해서도 꾸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로봇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 업종 중에서 유일하게 빛을 보지 못한 것이 로봇이다. 트럼프의 첨단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로 인한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이 로봇이다. 특히 트럼프의 황태자로 부각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내년부터 본격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TSMC와의 협력으로 반도체를 공급받을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본격적인 대량생산에 앞서 사전 준비 작업이 진행 중인 단계로, 국내에서도 휴머노이드 및 협동 로봇 기업이 관련 수혜주로 주목받을 수 있다.
조선
약세장에서 유일하게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업종이 조선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선박 유지·보수·정비(MRO)를 중심으로 조선업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트럼프 트레이드 수혜주로도 각광받는다. 선박의 본격적인 인도와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 수혜,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조선업 부흥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도 조선 업종에 긍정적인 모멘텀이다. 향후 추가 수주와 미국과의 협력, 고환율 수혜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그리고 성광벤드, 태광, 한화엔진 등 조선 기자재 종목에도 함께 관심을 가져보자.
[김영민 매일경제TV MBN GOLD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