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임상 시험 성패가 바이오주의 명운을 가르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의 임상 결과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거나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상황이다. 바이오 벤처기업 특성상 임상 결과가 사실상 유일한 모멘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동성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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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475830)은 이날 전장보다 6.27% 내린 1만 808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한때 3만원(3일 장중 고가 3만 800원)에 육박했던 주가는 지난 28일 하한가를 기록한 뒤 1만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HER2(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 2형) 양성 전이성 유방암 및 HER2 과발현 악성 종양 치료제로 개발하던 ‘ORM-5029’의 미국 1상 임상을 자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다. 이미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한 ORM-6151 등의 파이프라인이 남아있지만 투자자들의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은 셈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가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신약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2상 결과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공시 당일인 이달 15일부터 무려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8000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이날 894원으로 마감하며 ‘동전주’로 전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최근 3년 중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인세비용차감전사업손실(법차손)을 기록해 관리종목으로도 지정된 상태다.
이외에도 앱클론(174900), 셀루메드(049180),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 등 현재 다수 바이오 종목이 관리종목에 돼 있다. 이들 종목의 공통점은 상업화나 기술이전 등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신약 신약 개발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서만 15곳의 바이오기업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반대로 임상 또는 전임상에서 기대감을 키우고 있는 종목은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이비엘바이오(298380)는 ABL001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빠른 신약 개발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으며, 이달 초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를 활용한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지속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120%가량 상승 중이며 최근 한 달 주가 상승률만 해도 90%에 달한다.
이날 장에서도 임상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는 ‘2025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이중기전 항암제 ‘네수파립’의 위암 비임상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8.5% 상승 마감했고 장중 한때 17% 넘게 상승했다. 같은 날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도 AACR에서 난치성 폐암 신약 후보물질 ‘PHI-501’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장중 12%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은 종목 특성상 극심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적으로 인식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정보는 전적으로 공시에 의지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주가가 큰폭으로 움직이는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험 종목의 특성을 이해하고, 종목 선택에 있어서도 기술력을 제대로 가지고 있는 기업인지 파악하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