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X의 그늘…전문직 신입채용 ‘뚝’
주니어 회계사 업무 AI 자동화
데이터 입력·검증 등 업무대체
미지정 인원 1년새 2.5배 늘어
판례·법령 리서치 AI 서비스로
중견 변호사도 어쏘변 안 뽑아
수습처 못찾은 신임 年300여명
인공지능(AI) 발전에서 비롯된 ’직업 대전환(JX, Job Transformation)’의 물결이 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직 화이트칼라들의 일감을 잠식하고 있다. 현 기술수준에서 AI가 가장 잘 하는 업무가 저연차 전문직들이 담당하던 자료 검색과 분석, 초안 작성 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인회계사(CPA)시험을 통과했지만 정식 자격을 얻기 위한 실무 수습처를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 수는 1년새 2.5배 급증했다. 변호사 시장에서는 변호사 채용공고 및 로펌이 채용하는 변호사 수가 최근 4년간 약 20% 가량 줄었다.
10일 이화여대 권세원 교수에 따르면 가장 최근인 2025년도 CPA 최종 합격자 중 지난달 말 기준 미지정 인원은 178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한 수치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남아있는 누적 미지정 인원 320명 중 약 80%가 최근 2개 연도에 집중됐다.
또한 현재 수습처는 있더라도 파트타임 또는 인턴형태로 있는 인원이 111명에 달해, 여름이면 추가적으로 미지정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올 가을 2026년도 최종 합격자 1150명이 쏟아지면 향후 미지정 인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될 수 있다.
이 같은 ‘수습 대란’의 이면에는 AI 기술 발달에 따른 회계업계의 인력 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과거 1~3년 차 주니어 회계사들이 밤을 새우며 매달렸던 전표 대사, 단순 데이터 입력 및 검증 등 노동 집약적인 업무는 AI 자동화의 핵심 타깃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지금은 사람이 한번 검증하고 리뷰하는 절차라도 있지만 AI의 정확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어서 2~3년 뒤엔 그럴 필요도 없어질 것”이라며 며 “회계감사의 경우 저가수임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굳이 사람을 더 뽑을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맥킨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재무·회계 등 데이터 중심 직무의 업무 시간 중 약 25%를 자동화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미국 PwC는 AI 도입을 계기로 신입 회계사 채용 규모를 2028년까지 3분의 1 줄이는 한편, 입사 3년 차 이내 인력들에 대해서는 빠르게 중간 관리자 역량을 갖추도록 하는 교육 및 실무 개편에 착수한 상태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당국과 한국공인회계사회, 업계는 지난해 12월부터 ‘공인회계사 선발·수습 개선 TF’를 가동하고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대책을 논의해 왔다. TF는 현재 사실상 회계법인에 국한되는 실무 수습 기관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현행 공인회계사법 시행령과 관련 고시상 회계법인 외에도 중앙행정기관, 정부 출자기관, 외부감사 대상 회사, 일부 금융회사 등 비회계법인에서도 실무수습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있다. 다만 인정 기관과 부서가 제한적이고 합격자 대다수가 회계법인을 선호하면서 비회계법인 수습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에 TF는 비회계법인 실무수습기관 관련 고시를 손봐 수습기관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과 사모펀드 운용사 등 새로운 유형의 금융투자업 기관까지 실무수습기관으로 인정할지도 논의 대상이다. 수습기관을 넓힌 뒤에는 미지정 합격자를 이들 기관에 어떻게 배정할지가 문제다. 매출액 등 객관적 기준에 비례해 미지정자 T.O를 수습 대상 기관에 배정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배정 방식은 수습기관 자체 선발 이외에도 특정 주체가 인원을 강제로 할당하는 ‘강제 랜덤 배정’ 방식까지도 검토대상이다.
금융위는 TF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내달까지 제도 개선 최종안을 마련해 공인회계사 자격·징계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변호사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존에 판례, 법령 리서치를 하는 것이 신입 변호사들의 주요 업무였는데 AI가 이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서치를 대신해주는 제미나이, 클로드 등 AI 서비스의 수준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면서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신규 변호사 숫자도 앞으로 더 늘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대한변협 취업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3895건이던 변호사 채용공고는 지난해 3167건으로 약 1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법률사무소·법무법인 채용은 1959건에서 1574건으로 19.6% 줄었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도 로펌, 공공기관 등 6개월 실무수습처를 찾지 못해 대한변협 합격자 연수에 등록하는 변호사 수도 6월 기준 2023년 229명에서 2024년 287명, 2025년 342명으로 늘었다.
서초동 중견로펌의 변호사 A씨는 “시장에서 자리잡은 5년차 이상 변호사들은 예전같으면 어쏘변호사를 채용했을텐데, 요즘은 진짜 잘나가지 않는 이상 유료 AI서비스를 결제한다”며 “예전같으면 1명 정도 어쏘를 데리고 다닐 법한 변호사들도 그냥 혼자서 AI서비스를 조수로 돌리면서 일감을 막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된 자리를 잡지 못한 신규 변호사들은 처우가 불합리한 악덕 로펌인 ‘블랙펌’에 취직해 이용당하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야 사건을 저가수임해 결국 고객과 본인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서초동 변호사 B씨는 “변호사 수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고용의 미스매치 이슈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교대역 근처에서 쿠팡 배달을 열심히 하면 월700만원을 벌기도 한다는데, 지방에 가서 월300만원에 승진도 안되는 포지션에 있으면 성장전망도 없고 자괴감이 든다고 호소하는 변호사 등 안타까운 신입 변호사들의 사례가 많고 이같은 양극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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