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해외로 수익 빼돌려도
법원 "국내 고정사업장 없어
기업이윤 법인세 부과 못해"
일정 매출 이상땐 과세하는
'OECD 디지털세' 해법 거론
전문가 "과세 국제공조 필요"
정부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한 과세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하고 있다. 해외 법인에 서버를 두고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정보기술(IT) 산업의 특성과 국제 조세제도가 맞물려 과세당국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세제도를 정교하게 보완하고 국제공조를 강화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조세회피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7일 서울고법 행정9-1부(고법판사 홍지영·김동완·김형배)는 구글코리아가 역삼세무서와 강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징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구글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가액만 1540억원에 달한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8년 12월 구글코리아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6년 9월~2018년 12월 회사가 광고 판매로 번 1조5112억원 중 약 9751억원을 싱가포르 법인(구글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에 송금한 사실을 포착했다. 국세청은 이를 '사용료 소득'으로 보고 법인세와 지방소득세 약 1540억원을 부과했다. 구글 아태본부의 검색 알고리즘, 광고 기술 등 무형자산을 활용해 국내 법인이 돈을 번 대가로 지급한 돈이므로 기술을 빌린 사용료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구글코리아는 아태본부에 지급한 돈이 사용료가 아닌 사업소득이라며 한국 정부에 과세권이 없다고 맞섰다. 한국에서 광고를 판매하고 얻은 단순한 영업이익이라는 것이다.1·2심은 구글코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구글코리아는 광고 서비스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등 설비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온라인 광고 제공 주체는 싱가포르 법인"이라고 했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국제 조세체계상 기업 이윤에 법인세를 부과하기 위해선 해당 사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리적 고정사업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과세당국은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에 두고 있는 영업사무소 등도 물리적 고정사업장으로 해석해 세금을 매겼지만 법원은 연구개발 시설, 데이터센터 등 핵심 시설만 물리적 고정사업장으로 해석한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구글과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을 상대로 세금을 걷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메타와 넷플릭스 한국 법인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각각 제기한 법인세 등 취소 소송에서 모두 기업 승소로 판결했다. 소송 규모는 메타가 약 2300억원, 넷플릭스는 762억원 수준이다. 법원은 메타의 한국 법인인 페이스북코리아가 메타의 광고 판매를 수행하는 사업장이 아닌, 홍보·판촉 등 보조 활동만 담당하는 조직이라고 판단했다. 주 수익원인 광고 판매 활동은 해외 법인 소관이므로 한국 정부가 세금을 걷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2008~2022년 과세분에 대한 총 1조원 규모의 법인세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같은 이유에서 세금 징수가 쉽지 않다. 당국이 2008~2014년 몫으로 과세한 법인세 약 3100억원은 이미 대법원에서 취소가 확정됐다. 이후 8년치 과세분 소송 4건도 1·2심이 진행 중이지만 앞선 재판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만큼 결과를 바꾸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법조계에서 물리적 사업장을 둔 국가에만 과세권을 부여하는 현행 국제 조세체계가 있는 한 적극적인 세금 징수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내는 국가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세'가 해법으로 거론돼왔지만, 빅테크 기업 보유국인 미국의 반대로 논의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 마찰로 불거질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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