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위대한 투자자’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매경플러스 ‘한국의 위대한 투자자’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은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다. 주식시장에서 오랜 기간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시장 평균을 꾸준히 웃도는 초과수익(알파)을 안정적으로 기록하는 투자자는 더욱 드물다. 김 대표가 여의도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 이유다. 매일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신만의 투자철학과 앞으로 유망 투자 분야에 대한 생각을 명확히 밝혔다.
“최 기자. 이번에 여의도에서 알아주는 선수 하나가 자기 회사를 차렸어. 김태홍이라고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디스커버리 펀드를 굴리고, 브레인(투자자문)에서 부사장 하던 친구야.”
2012년 4월 말. 윤지호 당시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별칭 ‘윤센’)이 함께 여의도로 이동하던 택시 안에서 말했다. 단독 기사에 목말라 있던 증권부 3년 차 기자였던 필자는 윤센으로부터 김태홍 대표의 연락처를 받아 곧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일주일 지난 5월 7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건물에 자리 잡은 그로쓰힐투자자문의 작은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처음 만났다. 그로쓰힐의 탄생을 그렇게 세상에 처음 알렸다.
◆“증권사 건물마다 들어가 사람 안 뽑냐고 물었다”
1970년생인 김태홍의 투자 인생 시작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의도고 2학년 재학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은행주 계좌가 출발점이었다. 일부 은행주가 상장폐지되면서 손실도 경험했지만, 오히려 주식시장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중에는 신문 시세표를 보며 직접투자를 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정보 한계를 절감했고, 결국 리서치센터 입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의 사회 진출 방식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파격적이었다. MBA 유학을 준비하다 공채 시기를 놓치자 직접 여의도 증권사 건물을 돌며 채용 여부를 물었다. “당시 집이 여의도 한양아파트였는데 근처의 동원증권, 한일증권 건물에 직접 들어가 ‘사람 안 뽑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들 이상하게 봤을 겁니다.”
그렇게 한일증권 리서치센터에 특별채용 형태로 입사했다. 이후 철강·건설·제약 애널리스트를 거쳐 미국 로체스터대 MBA를 마쳤고, 2000년 대우증권 국제조사부로 옮겼다. 당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는 업계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감 투자 아닌 리서치 투자”…조선주로 시장을 압도하다
김태홍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2003년 미래에셋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정보기술(IT) 섹터 매니저를 맡으며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는 국내 운용업계가 ‘감(感)’ 중심 투자에서 리서치 기반 투자로 이동하던 시기였다. 김태홍은 리서치 경쟁력을 바탕으로 매년 승진했고, 30대 중반에 최연소 주식운용본부장에 올랐다.
2005년 운용한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펀드’는 연간 92%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해 코스피 상승률은 52%였다. 시장 대비 40%포인트 초과 수익이다.
대표적 성공 사례는 조선주 투자다. 투자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뜻밖에도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진 한 장이었다. 당시 중국의 원자재 수요 폭증으로 브라질발 장거리 해상 운송이 늘어나고 있었다. 김태홍은 이를 보고 ‘선박 부족→대규모 발주→조선업 슈퍼사이클’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조선사를 적자 산업 정도로 평가했지만 그는 과감히 비중을 늘렸다. 결과적으로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현실화됐고, 디스커버리 펀드는 그해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 성과로 이듬해 매경 펀드대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실패 경험도 있었다. 조선업 사이클 후반 공급 과잉 국면에서 충분히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이다. 김태홍은 이 경험을 통해 중요한 원칙을 세웠다. “모든 산업은 대규모 증설이 끝나는 순간 사이클이 꺾입니다. 실적은 최고인데 주가는 먼저 빠지기 시작하죠. 주가는 절대 이익보다 이익 성장률 변화에 반응한다는 게 중요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그는 또 다른 선택을 한다. 2009년 브레인투자자문 창업에 참여한 것이다. 주변 모두가 만류했다. 그는 “당시 아내 몰래 주택담보대출까지 받아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와 랩어카운트 붐이 겹치며 브레인은 2년 만에 수탁액 4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김태홍은 안주하지 않았다. 독립을 택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가 그로쓰힐(Growth Hill)이다. 그로쓰힐은 ‘성장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성장 기업을 발굴해 수익을 내되 변동성이 크지 않고 편한 언덕처럼 자산을 관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로쓰힐은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기 위해 ‘롱숏’ 전략과 헤지 기능을 적극 도입했다. “과열 지표와 모멘텀 지표를 동시에 봅니다. 과열인데 모멘텀이 꺾이면 보수적으로 운용합니다.”
2016년 설정된 그로쓰힐의 대표 펀드 ‘다윈 멀티스트레티지 제1호’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415%(2026년 5월 13일 기준)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13%)을 크게 웃도는 초과 성과를 냈다.
2013년 8월부터 운용 중인 일임 계좌의 누적 수익률(2026년 5월 13일 기준)은 635%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08%)의 두 배다.
◆“AI 버블 아니다…산업혁명 초입에 가깝다”
김태홍은 최근 인공지능(AI) 랠리에 대해 낙관적이다. 그는 “지금은 버블의 끝이 아니라 산업혁명의 초입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특히 생성형 AI를 넘어 ‘에이전트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앞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인쇄회로기판(PCB)·광통신·중앙처리장치(CPU)·파운드리 전반으로 AI 투자 수혜가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경쟁력이 재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김태홍은 AI 이후 차세대 산업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우주 분야를 꼽았다. 특히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해 강한 기대를 나타냈다. “AI가 이미 5단계까지 왔다면 휴머노이드는 이제 1~2단계 수준입니다.”
그는 테슬라의 옵티머스와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주목했다. 향후 생산 단가가 빠르게 하락하면 공장·물류 자동화가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개인투자자가 로봇을 사서 공장에 임대하고 수익을 받는 시대도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페이스X를 중심으로 민간 우주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매출과 이익이 나오는 기업입니다. 스타십 같은 초대형 로켓을 통해 우주산업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태홍이 꼽은 유망 기업 5가지 조건
김태홍이 AI 시대 또 하나 주목할 투자처로 꼽은 것은 ‘전력’이다.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 시대로 갈수록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송배전 설비뿐 아니라 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원전 분야까지 시장 관심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데이터센터용 ESS 수요 확대가 2차전지 업종 재평가의 배경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김태홍은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만한 투자 대상 기업을 선택하는 데 자신만의 5가지 기준을 적용한다. 그가 꼽은 유망 기업의 조건은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는 기업 △대규모 증설에 나서는 기업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업 △산업 내에서 ‘을’에서 ‘갑’으로 바뀌는 기업 △자사주 매입·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단기 뉴스보다 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읽는 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직접투자자라면 자신이 잘 아는 기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진짜 큰 수익은 대부분 사람이 확신하지 못할 때 나옵니다.”
※ ‘한국의 위대한 투자자’ 시리즈는 한국 투자업계 살아 있는 전설들의 인물 스토리와 투자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인터뷰 전문은 프리미엄 재테크 콘텐츠 플랫폼 ‘매경플러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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