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필요없다더니…돌변한 美 '투자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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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안 지으면 100% 관세를 내야 한다”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지난 17일 발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두 회사를 합쳐 경기 용인에 1000조원 넘는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황에서 대규모 미국 투자를 추가해야 할 상황에 부닥쳐서다. 반도체업계 안팎에선 “미국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러트닉 장관 발언의 의도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러트닉 장관의 발언이 미국에 하나뿐인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뉴욕주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나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마이크론은 향후 20년간 총 1000억달러(약 147조원)를 투자해 4개의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뉴욕주에 지을 계획이다. 이 때문에 “마이크론 경영진 앞에서 일부러 한국 경쟁사를 압박하는 발언을 한 것”이란 의견과 “최소 1000억달러 이상 투자하라는 경고”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미국은 2024년까지만 해도 지금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첫 번째 목표는 대만에 있는 TSMC의 인공지능(AI)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과 비슷한 규모의 클러스터를 미국에 구축하는 것이었다. 당시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신공장의 투자 일부를 메모리 라인으로 대체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미국 정부는 허락하지 않았다.

2년 만에 바뀐 미국 정부의 태도를 놓고 “메모리 반도체가 AI 시대 전략 물자로 떠오른 영향”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최신 D램, 낸드플래시 없이는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와 서버를 못 만들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과 수요 폭발에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에 대해 ‘수지 타산이 안 맞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자국 기업인 마이크론도 착공 시점을 2년 이상 늦출 정도로 메모리 생태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비싼 인건비와 일본, 대만 등에서 실어 와야 할 소재·부품·장비 조달 비용도 부담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으면 수년간 손실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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