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매년 여름의 무더위는 최고를 경신할 가능성이 큽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할 농업 AI(인공지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최준기 대동에이아이랩 대표는 17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대동사무소에서 "농기계의 이동과 작업, 농작물 재배라는 세 축을 토대로 AI 기술을 발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업 솔루션 기업 대동의 AI 전문 자회사인 대동에이아이랩은 이날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자사의 3대 AI 개발 방향을 설명했다.
이동 AI는 야외 환경에서 농기계나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며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대동은 비전 기술에 기반한 자율주행 기술을 강화할 계획이다. 기존 GPS 기반 자율주행은 논밭의 경계 인식이나 장애물 대응에 한계가 있어서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과수원과 밭 사진 약 50만 장, 주행 영상 약 300만 건을 수집했다. 최 대표는 "과수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잡초 등에 기계가 멈추지 않는 등 농작업에 최적화한 자율주행 AI 기술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운반 로봇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비전 기반의 자율주행 4단계 트랙터를 출시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기존보다 작업 시간과 연비가 각각 30%, 15% 가량 절감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로더, 그리퍼, 시비기 등 다양한 작업기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작업 AI는 경운, 파종, 시비, 방제, 수확 등 다양한 농작업을 농기계와 로봇이 대행하는 농업 분야의 피지컬 AI를 말한다. 대동은 농업 환경과 작물 생육 상태에 따라 농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화’를 추진한다.
관련해 이날 미디어 간담회에서는 자사 연구원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해 딸기를 따는 시연이 이뤄졌다. 최 대표는 "언어 데이터가 많은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AI와는 달리 농업에 특화한 피지컬AI는 자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1인칭 시점에서 딸기를 따는 이미지 3100여개를 확보하는 등 로봇 기술을 발전하기 위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배 AI는 숙련된 농부의 경험과 지식을 AI로 구현해 누구나 안정적인 작물 재배가 가능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앞서 대동은 이와 관련해 4년간 실증을 통해 벼에 대한 정밀농업 서비스를 구갠 최초로 상용화 했다. 온실 분야에서 대동에이아이랩도 스마트팜용 과수 재배 AI를 개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제어하고, 생육을 관리하며, 출하 시점을 최적화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딸기 생육을 예측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대동이 서비스 중인 농업 LLM 챗봇 'AI 대동이'를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고도화해 농민 누구나 쉽게 재배 방법을 묻고 최적의 전략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외에 앞서 CES 2025에서 선보인 'AI 가정용 식물 재배기' 관련 기술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최 대표는 "재배기 자체를 넘어 B2B(기업간 거래)에서 관련 기술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다방면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동에이아이랩은 해마다 연 3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를 진행하고 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