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미국 식생활 지침을 개정하기 위해 의뢰한 두 개의 보고서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올 초 새로운 식생활 지침을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는 이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 식생활 지침은 5년마다 개정된다.
반면 미 정부가 채택해 새 권고에 반영한 보고서는 보다 우호적인 결론을 내렸다.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이 구성한 전문가 패널은 ‘남성 하루 최대 2잔, 여성 하루 최대 1잔’ 수준의 적당한 음주는 오히려 전혀 마시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유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 보고서 역시 적당한 음주가 유방암 위험 증가와 관련된다는 점은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새로운 식생활 지침에서 “건강을 위해 술을 덜 마시라”라고 권고했다. 과거처럼 ‘남성 하루 2잔 이하, 여성 하루 1잔 이하’ 같은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새 식생활 지침에 반영되지 않은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캐나다·영국 공동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8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알코올 및 약물 연구 저널(Journal of Studies on Alcohol and Drugs)’에 발표했다.연구진은 알코올과 건강의 관계를 다룬 56건의 체계적 문헌고찰을 검토한 뒤, 이를 미국의 사망률 자료에 적용해 분석했다.그 결과 남성은 주당 6.5잔 이상, 여성은 주당 7잔 이상 마실 경우 알코올 관련 질병이나 부상으로 사망할 평생 위험이 1000명 중 1명(0.1%)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녀 모두 주당 8.5잔 이상 마시면 그 위험은 100명 중 1명(1%) 이상으로 증가했다.
주당 14잔(하루 평균 2잔) 수준에서는 평생 위험이 25명 중 1명(4%)까지 상승했다.
공동 저자인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중독·정신건강센터(CAMH)의 위르겐 렘(Jürgen Rehm) 교수는 “25명 중 1명이라는 것은 매우 높은 위험 수준이다”라고 말했다.미국 국가안전위원회(NSC·National Safety Council)는 미국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할 평생 위험이 2024년 기준 약 95명 중 1명(1.05%)이라고 추산했다.
단순 비교하면 하루 평균 두 잔을 마시는 사람의 알코올 관련 평생 조기 사망 위험은 미국인의 평생 자동차 사고 사망 위험보다 약 4배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이 수치는 하루 평균 두 잔의 음주를 장기간 지속했을 때를 가정한 추정치로, 자동차 사고 사망 위험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여성은 하루 한 잔만 마셔도 간암, 유방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증가했다.
남녀 모두 하루 한 잔 수준에서도 간경변, 구강암, 식도암, 각종 부상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한 번에 여러 잔을 마시는 과음이나 폭음 같은 음주 패턴은 유방암, 심혈관질환, 외상 및 사고위험 증가와 관련됐으며, 일부 심혈관계 보호 효과도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부 질환에서는 음주가 위험 감소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한 잔 수준에서는 여성의 당뇨병 위험이 낮았고, 남녀 모두에서 뇌졸중 위험 감소와의 관련성이 관찰됐다. 그러나 가끔이라도 폭음하는 경우 이러한 뇌졸중 위험 감소 효과는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두 연구가 상반된 결론을 내린 이유는 분석 방법의 차이에 있다.
국제 연구팀은 알코올이 직접 원인이 되는 질병과 사망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NASEM 보고서는 음주자의 전체 사망률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알코올과 무관한 사망도 포함된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소득 수준이 높고, 건강관리도 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요인들이 적당한 음주의 건강 효과로 잘못 해석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정신의학과 키스 험프리스(Keith Humphreys) 교수는 NBC 뉴스에 “음주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신화에 가깝다”며 “아직도 하루 한두 잔을 마시면 더 오래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20~2025년 미국 식생활 지침이 남성에게 허용한 하루 최대 두 잔의 음주는 알코올 관련 사망 위험을 상당히 높이는 수준으로 평가됐다”며 “2025~2030년 지침에서는 현재 음주하는 성인에게도 하루 한 잔 이하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서 말하는 한 잔은 미국 표준음주량 기준으로, 순수 알코올 14g에 해당한다.
일반 맥주 약 355㎖, 와인 약 148㎖, 증류주 약 44㎖ 수준이다. 한국인이 즐겨 마시는 16도 소주로 환산하면 약 110㎖(소주잔 2잔 조금 넘는 양)이다. 즉 연구에서 말하는 ‘하루 한 잔’은 한국인이 흔히 말하는 소주 한 잔이 아니라 소주잔으로 두 잔이 조금 넘는 양에 해당한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5288/jsad.25-0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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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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