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00년 뒤에도 세대를 거쳐 사랑받을 수 있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이 사랑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도시, 이를 구성하기 위해 어떤 건축이 필요한지’ 시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고민하는 국제적인 장이 서울에서 펼쳐진다. 2년 만에 돌아온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이에 대한 해답을 모색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도시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2000년 역사 도시이자, 1,000만 인구의 메가시티로 대도시의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는 서울. 그동안 급속한 도시 성장과 개발을 이뤄내며 글로벌 도시로 도약했지만, 한편으로 서울은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파생된 다양한 도시 문제에 직면했다. 세계적인 고밀화 도시, 한강을 중심으로 나뉘어 극명화된 개발 차이, 공격적인 산업화, 줄어든 녹지, 사람보다 개발을 위해 세워진 건축물 등이 그것이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이하 서울비엔날레)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고밀화 도시 서울을 조명, ‘도시건축’을 주제로 인간 중심적 친환경 도시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세계 여러 도시가 함께 도시 문제 해법을 고민하고 사람을 위한 건축문화를 교류함으로써,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건축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것이다. 서울비엔날레는 2017년 첫 개최 후 현재까지 약 538만 명(온라인 포함)의 관람객을 기록, 전시를 넘어 도시건축을 논의하는 국제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제1회 ‘공유도시’, 2019년 제2회 ‘집합도시’, 2021년 제3회 ‘크로스로드, 어느 도시에 살 것인가’, 2023년 제4회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을 주제로 진행된 데 이어, 올해 제5회 서울비엔날레는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선정했다. 이번 행사에선 서울을 더 인간적인 도시와 건축으로 채우기 위한 담론과, 서울의 미래비전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자 한다.
토마스 헤더윅 총감독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
올해 서울비엔날레는 영국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총감독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가 되었다.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인 토마스 헤더윅은 건축, 디자인, 도시 공간을 넘나드는 혁신적인 작업을 해오며, ‘감성적 기능성’, ‘경계의 해체’, ‘경험을 유도하는 공간’ 등 독창적인 주제를 꾸준히 탐구해왔다. 기술과 예술, 공공성과 조형성 사이의 조화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인간과 도시, 자연이 교감하는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 온 장본인. 대표 작품인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리틀 아일랜드, 베슬 등 감성적인 디자인과 실험적 구조를 통해 도시와 자연,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 창출 작품들로 런던 디자인 메달(2010), 영국 왕립 건축가협회 루베트킨상(2010), 미술 학술 공로상, 영국 왕립 건축가 협회상(2021) 등을 수상했다.
토마스 헤더윅 총감독은 올해 서울비엔날레를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일상에서 마주하는 건축물 외관을 통해 도시를 즐겁고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을 주요 기획 방향으로 밝혔다. 토마스 헤더윅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외로움을 느끼는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를 하나로 모으고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건물이다. 그러한 건축은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낼 때 시작된다”고 밝히며, ‘누구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건축을 사회의 중심으로 세우는 일’, 이러한 도전과제를 통한 서울의 변화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더 크게 꿈꾸고, 더 나은 공간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오는 11월 18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등에서 진행되는 이번 서울비엔날레는 단순히 미관적이거나, 기능적, 효율적인 공간을 넘어 건축물이 시민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또한 어떻게 더 즐겁고 매력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를 탐구하고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개막식 현장]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도시란?
지난 9월 26일,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선 오세훈 서울시장과 토마스 헤더윅 총감독을 비롯한 국내외 건축가, 각국 주한외교사절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는 ‘매력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Radically More Human’이다. 앞서 저는 ‘펀(fun) 시티’에 대한 중요성을 자주 언급했었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에 대해 고민해보니, 조감도로 내려다보는 건축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올려다보는 건축이 아닌 우리 눈높이에서 쉽게 보고, 즐기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그런 건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며, 이어 “역세권, 숲세권 등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즐겁고 가깝게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이제 서울시가 과거의 회색 도시에서 벗어나 생활 속에서 건축물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위트와 유머가 생활 속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건축을 추구하는 단계에 이른 거 같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토마스 헤더윅 총감독은 개막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경제적 기적, 놀라운 기술과 발명, 제조업 등으로 세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문화적 측면에서도 음악(K-팝), 미용(K뷰티), 드라마(K-드라마) 등을 통해 글로벌 강국으로서의 성취를 이뤘다. 이렇듯 전 세계인의 호기심과 관심 속에 있지만 아직 K-아키텍처(건축)는 없었다”라고 이야기하며,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비용 절감 등으로 생기는 한국 건축물의 짧은 수명에 대한 문제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도시 문제 해법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전문가만이 아닌 시민들의 목소리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서울이 세계 최초의 휴머니즈드 시티(Humanized City, 인간 중심의 도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번 비엔날레가 건축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축제가 되길 바란다”라며 비엔날레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지난 9월 27~28일 양일간 열린 개막 포럼에서는 건축, 도시 계획, 신경과학, 창작커뮤니티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전문가와 리더 및 시민 총 400여 명이 참여해, 서울의 도시건축을 보다 인간적인 방향으로 확장하기 위한 의제를 제시했다. ‘건물 외관이 우리의 건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하고, ‘사람들이 사랑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건물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열린송현 녹지광장 비롯한 도심 내 볼거리 풍성
서울비엔날레 기간 동안 도심 곳곳은 다양한 작품 전시가 공개된다. ‘매력 도시, 사람을 위한 건축’을 주제로, 글로벌 작가들과 시민협업 친환경 조형물 등 특별한 경험을 전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 열린송현 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선 △주제전(보다 사람다운 도시건축), △도시전(도시의 얼굴: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 △서울전(펼쳐보는 서울), △글로벌스튜디오(당신의 감성도시, 서울) 네 가지 전시를 선보이는 중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주제전(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공개된 작품 ‘휴머나이즈 월(Humanise Wall)’이다. 가로 90m, 높이 16m(약 4층 높이)짜리의 이 친환경 대형 조형물은, 멀리서 보면 마치 리본, 무한대 기호(∞)와도 닮은 듯하다. 가까이서 보면 38개국 110명 디자이너가 참여한 400여 개의 건축물 이미지와 시민 창작커뮤니티 9개 팀의 아이디어를 모은 1,428장의 스틸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이 도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입니다’라는 제목을 가진 작품은, 패널 한쪽엔 멋스러운 건축물 이미지가, 다른 한쪽에는 ‘도시는 언제부터 지루해졌는가?’ ‘건설업이 항공업보다 5배나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까?’ ‘새로운 VS. 오래된’ 등등 서로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를 모은 갖가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작품의 중심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바라볼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 건물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등 시민들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이런 생각이 한 데 뒤섞여 하나의 토론의 장에서 만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생동감을 살려 ‘사람 중심 도시건축’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열린송현 녹지광장에서 진행되는 주제전 일환의 작품 ‘일상의 벽’도 주목해보자. ‘당신은 어떤 세계에 살고 싶나요?’라는 제목의 작품들로, 건축가, 디자이너, 장인 등 24개 팀이 24개의 벽(각 2.4m × 4.8m) 모양의 조형물을 구현했다. 질감, 재료, 요철, 패턴을 통해 건축물의 입면 디자인에서 의도적인 장식적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며, 건물의 외관적 요소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건물이 더 즐거우며 매력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근본적으로 더 인간적인’이라는 비엔날레의 전체 주제를 표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
대중들은 광장을 자유롭게 거닐며 24개의 벽을 통해 즐거움, 따뜻함, 호기심 등 다양한 감정을 체험할 수 있다. 가을빛을 닮은 갈대와 만개한 코스모스로 물든 열린송현 녹지광장을 걸어보며 사람들이 사랑하는 매력적인 도시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다양한 도시의 얼굴을 보는 작품 전시 및 행사
도시전 ‘도시의 얼굴: 사람에게는 인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는 세계 도시의 건축물 외관을 각각 다채로운 표정을 지닌 도시의 얼굴이라는 관점으로 21개 도시(15개국) 건축프로젝트 25개 작품을 소개하고, 서울전 ‘펼쳐보는 서울’(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서울의 주요 건축물을 중심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도시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근미래에 마주할 서울의 18개 건축물과 도시풍경을 사람의 눈으로 포착한 파노라마 형식 전시로, 인간의 시선으로 본 ‘사람을 위한 서울’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 글로벌스튜디오 ‘당신의 감성 도시, 서울’(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인터랙티브 미디어 전시로 전 세계 사람들이 서울비엔날레 누리집에 공유한 사진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사람을 위한 매력 도시’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11월 16일까지 열린송현 녹지광장, 공예박물관 교육동 강당 외에서는 드로잉 테라피, 건축가와 함께 서울 주요 경관을 달리는 ‘아키런’ 등 서울의 도시경관과 건축물 입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탐색하는 각종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이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 및 정보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가능하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사전 신청 후 참여할 수 있다.
[글 시티라이프부 이승연 기자 lee.seungyeon@mk.co.kr] [사진 서울시, ⓒ최용준, 이승연]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01호(25.10.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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