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000억씩 잃고도 '한방' 노린다…서학개미 '위험한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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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개인)가 여전히 해외 고위험 상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외 증시가 부진하자 레버리지 효과가 큰 상장지수상품(ETP)으로 ‘한 방’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아진 것이다.

해외 고위험 상품 투자로 개인 투자자들이 매년 수천억 원씩 손실을 보고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테슬라·이더리움 … 고변동성 상품에 집중

매년 4000억씩 잃고도 '한방' 노린다…서학개미 '위험한 베팅'

1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1월1일~6월4일)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 상위 50개 중 10개가 레버리지 ETP인 것으로 나타났다.

ETP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들은 대부분 빅테크주, 가상자산 등 변동성이 큰 자산을 기초로 삼은 상품들이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매수한 건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다. 테슬라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상품이다. 개별 종목 테슬라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순매수된 해외 주식으로 기록됐다.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 셰어즈의 순매수 규모는 올 들어 15억2227만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약 2조683억원 수준이다.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순매수액 9억8438만달러)는 3위, 가상자산 이더리움을 기초 자산으로 삼은 ‘2X이더리움’(2억5819만달러)는 12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트코인을 많이 보유한 기업인 스트래티지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따르는 ‘티렉스 2X 롱 MSTR 데일리 타깃’, 엔비디아의 2배 레버리지 상품인 ‘그래닛셰어즈 2X 롱 엔비디아 데일리’, 반도체주 하락에 베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베어 3X 셰어즈’도 순위권에 올랐다.

선물, 옵션 등 해외파생상품 거래도 활발하다. 작년 해외파생상품 거래대금(매수·매도 합산)이 1경원을 넘겼을 정도다. 2020년(6282조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증시 선호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해외파생상품 거래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파생상품에 적용되는 투자 전 의무 교육 및 예탁금 등 규제가 없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해외선 20~30배 레버리지 상품도

서학개미가 해외 고위험 상품에 몰려든 것은 단기에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해외 파생상품 중에서는 최대 20~30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까지 있다.

레버리지 ETF도 국내에는 2배수 상품만 상장됐지만, 해외에는 3배짜리 상품이 흔하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이를 한 번에 만회하려고 고위험 해외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파생상품 투자에 따른 개인 손실액은 2020년 이후 매년 4000억원 안팎을 기록 중이다. 작년 손실액은 3899억원이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파생상품은 변수가 많고 가격 변동도 큰 편”이라며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위험 분산 설계를 할 수 없는 개인으로선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요즘 같은 변동성 장세에선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주가가 흔들릴수록 손실이 누적되는 ‘음의 복리효과’ 때문이다.

당국은 오는 12월부터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해외 고위험 상품 투자 전 교육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신규 투자자는 나이, 거래 경험 등에 따라 1~10시간의 사전 교육, 3~7시간의 모의 거래를 이수해야 한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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