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에야 '거장'으로 인정받은 이에게 바치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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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고> 스틸 컷 (Photo by Jaap Buitendijk - © 2010 GK Films) / 출처. IMDb

영화 <휴고> 스틸 컷 (Photo by Jaap Buitendijk - © 2010 GK Films) / 출처. IMDb

누구나 저마다 취약한 눈물 버튼이 있을 것이다. 알면서도 내면을 자극해 저항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 이야기. 내게는 그런 종류의 서사가 있다. 바로 ‘어떤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 인정받지 못하다가 그것을 인정받는 서사’이다. 그에게 제발 그것이 주어졌으면 싶은데,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이야기.

왜 그런 것인지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내게 인정욕구와 관련된 의미심장한 뭔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 예를 들자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들이 책상 위에 올라가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라든지, <뷰티풀 마인드>에서 동료 교수들이 존 내쉬에게 만년필을 주며 헌정하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인 리오넬 메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여정도 그러했다. 나는 이런 장면들에서 어김없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영화 <휴고> 촬영 현장에서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Photo by Jaap Buitendijk - © 2010 GK Films) / 출처. IMDb

영화 <휴고> 촬영 현장에서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Photo by Jaap Buitendijk - © 2010 GK Films) / 출처. IMDb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갱스터 누아르 영화의 대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폭력을 다룬 영화들로 유명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영화 복원 재단을 설립할 정도로 영화광이기도 하다. <휴고>는 그런 그가 실존 인물이었던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에게 존경심을 담아 헌정한 팩션(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장르)이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영화의 역사를 공부할 때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영화의 탄생은 <열차의 도착>(1895)으로 알려졌지만, 조르주 멜리에스는 ‘활동사진’ 수준에 머물렀던 영화를 각종 영화기법과 특수효과를 창작해 내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1931년 파리, 부모가 없이 기차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고아 소년 휴고는 창고에 방치되어 있던 자동 기계 장치를 수리하고 있다. 이 자동 기계 장치를 수리하기 위해 장난감 가게에서 부품들을 훔치는데 그 가게의 주인이 바로 조르주 멜리에스다. 휴고가 자동 기계 장치를 고쳐 나가며 조르주 멜리에스가 품은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데, 바로 그가 왕년에 이름을 날린 영화 제작자라는 사실이다. 이는 실제로 생활고를 겪다가 말년에 발견되어서야 거장 대우를 받았던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에 대한 헌사와도 같은 이야기다.

영화 <휴고> 스틸 컷 (Photo by Jaap Buitendijk - © 2010 GK Films) / 출처. IMDb

영화 <휴고> 스틸 컷 (Photo by Jaap Buitendijk - © 2010 GK Films) / 출처. IMDb

나는 첫 장편소설 에서 이런 문장을 썼다. “누군가 오랫동안 무언가를 추구하면서도 이루지 못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비웃습니다. 자기 자신도 자신을 비웃거나 미워하죠. 여러분이 자기 자신에게 그런 대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휴고>에는 이러한 정서가 녹아있다.

<휴고>의 하이라이트 장면에는 영화사에서 유명한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 세계 여행>이 재생되는데 그 연결과 연출이 너무도 아름답고 영화적이다. 그야말로 영화는 마법이다. 영화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이야기는 세상에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토록 나를 하염없이 눈물짓게 한 영화는 없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정대건 소설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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