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추문예 ◆
겨울을 잡아당기는 십일 월 밤비가 날줄로 내립니다. 바람 소리와 지는 낙엽의 혼잣말이 이따금 씨줄처럼 창밖 어둠을 가로지릅니다.
쉽게 매듭지어지지 않는 문장 속 베틀에 앉아 배롱나무 마른 씨앗 위 빗방울처럼 흔들릴 즈음…. 당선의 기쁜 소식은 그렇게 메릴랜드 십일 월 새벽 두 시 반을 건너왔습니다. 파발이신 기자님의 친절이 도착하고 잠긴 제 목소리가 맨발로 뛰어나갔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으로만 글을 썼습니다. 은퇴 후 조금씩 꺼내고 싶었지만 생각뿐, 그 막막함이란! 서로를 멀리하던 팬데믹 그즈음 낮과 밤이 다른 곳에서 시시각각 붓끝 벼르던 눈빛들이 생생합니다. 세상과 시로 대화하는 법을 조금씩 깨닫게 해준 다락방, 그 온기는 지구 반대편까지 따뜻했습니다. 들꽃처럼 잔잔하게 시심을 가꾸는 워싱턴문인회, 시향의 특별한 향기도 이 시간 기억합니다.
이제 내게서 존재가 모호해진 앞치마. 나 대신 설거지를 기꺼이 즐기는 남편. 이 글을 쓰는 지금, 거실에서 'You Raise Me Up'을 색소폰으로 불고 있는 그에게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엘크 가족이 사는 고을에서 늘 응원해주는 효, 가족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 제가 알거나 모르는, 이 세상 수많은 늦꿈이님들께 희망을 줄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밤, 길게 늘이며 사유 속에서 실 고르다 지친 저의 튼 손을 잡아주신 정호승, 정과리 두 분 심사위원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다정한 위로와 넘치는 칭찬까지 얹어주셔서 그 밤, 눈썹에 얹어놓았던 잠을 아주 멀리 밀어놓았습니다.
남은 삶 동안, 투박한 직물이더라도 온기 품은 시 넉넉하게 짜낼 수 있다면 기쁘게 많이 써서 이 세상에 선물로 주고 가겠습니다.
△1954년 충남 서산 출생 △미국 메릴린드주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