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진전될 관세 협상, 지연될 美 금리인하

2 days ago 6

[마켓칼럼] 진전될 관세 협상, 지연될 美 금리인하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칼럼] 진전될 관세 협상, 지연될 美 금리인하

[마켓칼럼] 진전될 관세 협상, 지연될 美 금리인하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난달 12일, 미국과 중국의 실무진은 양측에 과도하게 부과했던 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 물론 90일 유예라는 조건이 달렸지만, 당초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양국이 관세율 인하에 합의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소식이었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고, 금리도 상승했으며, 달러화도 강세를 보였다. 달러 강세에도 그동안 차이나 리스크에 약세를 보였던 아시아 통화, 대표적으로 중국 역외 위안화와 대만 달러, 한국 원화 등도 강세다.

예상보다 빠른 美·中 관세 협상

미국은 지난달 중국 외에도 영국과 통상 협상에 합의했으며, 일본과 한국, 대만 등 주요 무역 파트너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을 제외하고 아시아 국가의 대부분이 대미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중국과 아시아 국가, 그리고 유럽 등 주요국과의 무역 협상에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는 모습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90일 이내 통상협상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8가지 비관세 장벽 조치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는 단순 생각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위협으로 가늠되는데,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에서 중국에 제시한 무역 협상 조건과 매우 유사하다.

[마켓칼럼] 진전될 관세 협상, 지연될 美 금리인하

8가지 조건은 환율 조작과 정부의 보조금 지급, 자국 산업 보호 기준, 지식재산권 문제 등을 포함하는데, 이 조건은 중국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와의 통상 협상에 있어 미국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조건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조건은 상대국에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 있다. 또한, 환율 조작 등은 측정하거나 평가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미 미국 재무부에서 반기마다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에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운 조건과 그에 따른 진통이 예견되지만, 그럼에도 미국이 한 달 만에 각국과 통상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음은 글로벌 경제, 금융시장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인정한 美 연준

미국의 관세 협상이 진전되면서 금융시장에 위험회피 심리가 완화되고, 이는 향후 경제전망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달 18~19일에는 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의 FOMC 정례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연준 위원들의 경제전망(SEP)과 연말 목표금리가 수정돼 제시될 예정이다. 최근 미국 연준 위원들은 실물경기의 둔화와 물가상승 우려를 동시에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은 경기 사이클의 후반부인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국면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의 주요 배경이 트럼프 관세라는 점에서, 관세 협상의 진전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의 약화로 해석할 수 있다.

연준 입장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은 기대 인플레이션의 급등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향후 물가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전망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의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3%로 비교적 안정적이나, 1년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7.3%에 달한다. 트럼프 관세로 인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응답하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후행적으로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자기실현적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 더욱이 미국의 고용시장은 아직 차갑게 식지 않고 있다. 매월 신규 취업자 수는 10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실업률은 4.2% 수준인데, 이는 장기 실업률이나 잠재 실업률 4.4%를 하회하는 양호한 수준이다.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 /자료=KB국민은행

미국 물가상승률 둔화에도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 /자료=KB국민은행

만약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면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고용시장에서 심각한 수급불균형(공급 초과)이 확인돼야 하는데, 현재는 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이 높고 고용시장은 수급이 비교적 균형을 이루는 양호한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6월 FOMC 회의는 ‘매파적 동결’일 가능성이 높다. 즉, 경제전망은 유지하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는 있지만 당장 금리인하를 할 정도는 아니라는 신호다. 이 경우 미 국채 금리의 상승과 달러화의 반등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겠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