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상법 개정이 여는 새로운 시대, 그 이후

3 weeks ago 12

입력2026.03.28 08:00 수정2026.03.28 08:00

[마켓칼럼]상법 개정이 여는 새로운 시대, 그 이후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마켓칼럼]상법 개정이 여는 새로운 시대, 그 이후

[마켓칼럼]상법 개정이 여는 새로운 시대, 그 이후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한화그린히어로펀드 책임운용역

작년 6월 본 지면을 통해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된다면 한국 증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 제언한 바 있다.

그 당시 KOSPI는 3000 내외였다. 또 10월에는 반도체를 다뤘다. 반도체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기 힘들다는 점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이 강화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 당시 KOSPI는 4000 내외였다.

이제 KOSPI 5000 시대를 연 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고점 대비 일부 조정은 있었으나 5000을 견고하게 지지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일시적인 상승이 아닌 ‘뉴노멀’임을 실감한다. 물론 안심하긴 이르다. 그럼에도 불과 1년 전 3000조차 버거웠던 것을 떠올리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그동안 마켓칼럼에서 KOSPI의 주요 상승 동력에 대해 분석해 왔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지주회사 할인율 해소 가능성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가 곧 열리는데, 그것은 바로 3월 31일 예정된 LG화학 주주총회다.

영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이번 주총에서 상당히 구체적이고 진보적인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그 내용을 분석해 보고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LG화학 주가,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권고적 주주제안: 주주와 이사회 사이의 소통 창구

팰리서캐피탈은 정관 변경을 통해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요구했다. 이는 주총에서 주주들이 경영 사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되 이사회에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는 제도다.

기업 경영에는 흑백논리로 재단할 수 없는 회색지대가 많다. 이때 권고적 주주제안은 이사회가 주주의 뜻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가 된다. 이사회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신사업 진출이나 투자 규모 등에 대해 주주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없는 소통 창구’라 할 수 있다. 이미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이 제도가 한국 기업문화에 뿌리내린다면 불필요한 대립 대신 생산적인 토론의 장이 열릴 것이다.

NAV 할인율과 ROE: 경영진의 성적표가 돼야

LG화학의 저평가는 숫자로 극명히 드러난다.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가치만 약 73조원에 달하지만 LG화학의 시가총액은 2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3월 25일 기준).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무려 68%로 보통의 할인율(50% 내외)을 크게 웃돈다. 이는 과거 물적분할 후 재상장 과정에서 이사회가 자초한 측면이 크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전무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팰리서 측은 NAV 할인율을 주요 재무지표로 공개하고 이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함께 경영진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ROE는 기업이 주주의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다. 많은 이들이 주주환원을 단순히 ‘배당 확대’로만 생각하지만 본질은 자본 정책의 최적화에 있다. 배당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만약 그 자금을 재투자하거나 신사업 진출 혹은 M&A에 활용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고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면 주주는 기꺼이 그 결정에 찬성할 것이다. 즉 배당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ROE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가 경영진의 실력을 가르는 잣대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경영진의 보상이 이러한 지표와 연동될 때 비로소 그들은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자본 효율성을 고민하고 할인율 해소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일본의 밸류업 지수가 ROE를 최우선 고려 요소로 삼아 시장의 체질 개선을 끌어냈듯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투입된 자본 대비 수익의 가치를 증명해야 할 때다.

만약 통과된다면

LG화학이 팰리서의 제안을 받아들여 NAV 할인율을 주요 재무지표로 인정하고 할인율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시행할 경우 이에 따라 주가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이 자사주를 소각하고 상장 폐지된다면 중복상장이 해소되고 LG화학의 근본적인 할인 요인을 제거할 수 있다.

말하자면 결자해지이자 사필귀정이다. 물론 자사주 소각은 사업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할 과제다. 하지만 그 방향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LG화학 할인율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팰리서의 주주제안 공개만으로도 주가는 기대감에 상승했으나 이에 못 미치는 LG화학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발표될 때마다 실망하며 하락했다. 주주제안의 통과 여부가 LG화학 주가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열쇠라는 점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셈이다.

현재 KOSPI에는 LG화학처럼 NAV 할인율이 존재하는 지주회사가 약 200조원, 낮은 ROE로 인해 PBR이 1배 미만인 기업이 약 600조원 규모에 달한다. 둘의 중복을 제외하더라도 약 700조원 규모의 기업들이 주주제안의 잠재적인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KOSPI 시가총액의 약 15%에 육박하는 거대한 비중이다. 이번 LG화학 주주총회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LG화학에서 시작된 변화가 유사한 처지의 기업들로 번져 나간다면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요구가 적절한 자본 정책 시행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곧 KOSPI의 추가 상승 동력이 될 수 있다

[마켓칼럼]상법 개정이 여는 새로운 시대, 그 이후

냉정히 말해 이번 LG화학 주총에서 정관 변경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지배주주의 지분율을 고려할 때 특별결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하는 과정’ 그 자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향후 유사한 요구가 주주총회에서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이번 주주총회는 변화의 시작일 뿐이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매우 큰 변화지만 세상은 법 개정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질서에 따라 각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바뀔 수 있다. 상법 개정으로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면 주주들의 적극적인 제안은 그 토대 위에 건물을 올리는 실천적 동력이다. 이제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이은 다음 변화가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을 이끌지 지켜볼 때다.

※본 글은 사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는 글이지 주가 상승을 전망해 투자 권유를 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투자 판단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 필자가 속한 기업의 의견과는 완전히 무관합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