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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의 극적인 반전
올해 한국 증시는 그야말로 극적이다. 지난 금요일(7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64.78% 상승하며, 전세계 주요 지수 중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꼴찌 수준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작년 상황과 비교하면 이런 반전이 없다.
<출처: 블룸버그>
이런 상승세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직후의 급격한 조정으로부터 100% 이상 상승했던 이래 처음이며, 실제 코스피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이 4월 중순인 점을 감안하면 상승 기울기는 근 20년 사이에 가장 가파른 수준이다.
<출처: 블룸버그>
<출처: 블룸버그>
연초 1905조원이었던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11월 7일 기준으로 3,161조원으로 늘어났다. 시가총액 상위 5개 기업들의 상승률을 보면, 단연 SK하이닉스의 상승률이 239%로 압도적이다. 삼성전자 역시 5만전자에서 11만전자까지 매섭게 달렸다.
<출처: KRX정보데이터시스템>
<출처: 블룸버그>
아래 표는 시가총액 5조원 이상 기업 중 수익률이 100%, 즉 두 배 이상이 난 기업들의 리스트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가장 큰 테마였던 조방원(조선·방산·원전)과 금반지(금융·반도체·지주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출처: KRX정보데이터시스템>
넘치는 유동성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올해 시장에는 구조적으로 뒷받침된 호재들이 여럿 동시에 작동했다. 글로벌 선박 교체 수요 증가와 함께 미국 트럼프 정부의 조선업 재건 정책 속에서 한국 조선업에 대한 협력 요청이 늘었고, 조선 기업들의 수주잔고가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한국 방산 기업들의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정책적 변화를 촉발했고, 이는 원전·전력설비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동시에 생성형 AI의 확산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대한 기대를 현실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대선 이후 상법 개정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적 변화가 실제로 전개되면서,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지주와 일반지주사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이런 가파른 지수 상승과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폭등으로 인해 여의도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선 FOMO(Fear Of Missing Out)가 아니라, FOMU(Fear Of Materially Underperforming Benchmarks)라는 말이 한창 회자됐다. FOMU는 말 그대로, ‘벤치마크 대비 심각한 언더퍼포먼스에 대한 공포’를 지칭한다.
올해 대부분의 주식 펀드매니저들이 절대수익률 측면에서는 높은 성과를 달성하고 있지만, 펀드 포트폴리오 내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주요 벤치마크 지수인 코스피200지수 내 비중보다 현저히 낮은 까닭에 벤치마크 대비 상대 수익률이 크게 하회하면서 어느 때보다 곤혹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실 FOMU는 과거 미국 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미국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먼저 유행했던 표현이기도 하다.
변동성 확대와 냉정한 분석의 필요성
그러나 11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AI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전세계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10월 한 달 무려 19.9%나 급등했던 코스피는 이달 첫 거래일인 3일에도 2.78%나 뛰었지만, 바로 다음 날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4 거래일만에 6.3%나 하락했다.
소위 말하는 ‘Everything Rally’가 종착점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현재 위치와 예상되는 미래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펀더멘털을 살펴보자. 국내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평균적으로 예상하는 2026년 삼성전자의 예상 영업이익은 75조 6000억원, 당기순이익은 64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예상 영업이익은 70조 1000억원, 당기순이익 56조 2000억원이다.
이 둘의 강력한 글로벌 라이벌인 대만의 TSMC의 내년도 예상 영업이익은 105조 7000억원, 92조 7000억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예상 순이익을 합치면 120조 2000억원으로 TSMC의 92조 7000억원보다 30%가량 높을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TSMC의 1782조원 대비 56% 수준인 1001조원밖에 되지 않는다.
<출처: 블룸버그>
지극히 단순한 가정이긴 하지만, 만약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이 불변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을 3개 회사의 PER 평균값인 13배 정도로 상향 적용한다면, 코스피는 17.7% 정도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지수로 환산하면 약 4600포인트 수준에 해당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코스피의 PER은 13.9배 수준이다. 그러나 내년 말 예상 주당순이익(EPS)을 적용한 포워드 PER은 10.3배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다.
<출처: 블룸버그>
그렇다면 최근의 변동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현재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주된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지난 한 주에만 7조 263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다만, 코스피 시가총액 자체가 사상 최고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금액 규모만으로 느껴지는 압력보다 실제 체감 강도는 과거 대비 낮다고 볼 수 있다. 외국인들이 지난 한 주 가장 많이 순매도 한 종목은 SK하이닉스이고, 그 다음이 삼성전자이다. AI 거품론에 직결되는 반도체 섹터를 매도한 것 같지만, 그보다 실상은 외국인들의 차익실현 매물로 해석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대체로 이런 성향의 외국인 투자자는 증시 상황에 따라 단기 트레이딩을 주로 하는 기관들로 볼 수 있다. 장기 투자 관점보다는 단기적인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말이다.
변동성을 위험이 아닌 기회로
10월에만 20% 가까이 급등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변동성은 과열 국면 이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균형 조정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단기적인 부담이라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 매수를 고려할 기회를 제공하는 구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급등장에서는 매수 타이밍을 잡기 어렵지만, 이런 조정기에는 더 합리적인 가격과 충분한 판단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건전한 투자 원칙이 전제될 때만 유효하다. 대출 등 레버리지를 통해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다면, 변동성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여유 자금으로 투자하고 있다면, 굳이 단기적인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변동성을 활용해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국 증시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소각 의무화와 같은 주주 친화적인 제도 개선도 진행 중이다. 또 국내 자산운용사를 통해 장기적 관점으로 간접 투자하려는 외국의 연기금, 대학 기금, 패밀리오피스 등 새로운 매수 주체들이 본격적으로 채비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 요소들이다.
물론 시장과 기업의 체질이 하루아침에 변할 리 만무하다. 기업의 실적 개선과 지배구조 변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투자자는 그 흐름을 인내하며 확인해야 한다. 단기적인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되, 종목별로는 투자 논리가 훼손되지는 않는지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필요시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도 있다.
글로벌 투자 환경은 늘 그렇듯이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AI 산업의 성장 속도, 미국 관세 정책의 향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외부 변수들이 언제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할 수 있다.
맹목적인 낙관도, 과도한 비관도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대한 차분한 관찰과 일관된 투자 원칙이다. 이를 지킨다면, 오늘의 변동성은 위험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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