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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1. 4월3일, 트럼프 ‘상호관세’는 압박보다는 위협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60개국 무역 파트너에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상호관세율은 최소 10%에서 최대 90%에 달하며, 가장 주목했던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34%로 당초 예상했던 40%에는 못 미쳤다. 또한, 유럽에 대해서는 20% 상호관세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했던 25%를 하회했다. 하지만 보편 관세 10% 정도로 적용될 줄 알았던 한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에 대해 24%부터 90%까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부과되었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시장은 이를 두고 분석했는데, 상호관세는 결국 각국이 대미 수입 규모 대비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비율로 산정된 것이었다. 이는 각국이 미국산 제품을 적게 수입하면서 더 많은 무역흑자를 기록한 것에 대한 ‘징벌적’ 관세이다. 다만, 이를 100% 부과하기보다 그 절반 수준으로 부과했는데,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는 ‘할인된 상호관세’라고 칭했다. 그럼에도 당초 예상했던 관세 수준을 크게 상회함에 따라 각국의 대미 수출에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역시 관세율을 올릴 경우 수입 물가가 급등하게 되고, 가계의 구매력이 감소하며, 기업들은 원재료 비용이 늘어나거나,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할 경우 이익이 크게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4월 9일, 중국을 제외한 무역 파트너에게 최소 관세율 10%를 부과하는 대신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90일 유예 기간을 두었다. 90일 동안 무역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조절해주겠다는 의미다.
이를 종합해보면 4월 3일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무역 파트너에게 압박보다는 위협이라고 볼 수 있으며, 결국 미국은 각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된다.
2. 중국에 대해서 더 강경해진 트럼프 2기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추가 관세 34%를 적용하자 중국 역시 보복관세 또는 역관세로 대미 수입품에 34%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미국은 추가로 50% 관세 부과, 이어서 21% 추가 관세, 마지막으로 미국은 펜타닐 징계 관세까지 최대 145%의 관세율을 적용했다. 중국은 펜타닐 관세를 제외하고 미국에 최대 1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교역 제품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임을 의미한다. 중국 정부는 125% 보복 관세 이후 추가 관세는 의미없다고 밝혀 그 이상의 관세 부과는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별 영향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결국 미중 관세 전쟁은 양측이 10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앞으로는 양측의 협상 과정이 예상된다.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에서 양국은 2천억 달러의 대미 수입 증가에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중국이 이 합의 (Phase 1)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2019년 중국의 대미 수입은 오히려 전년보다 감소했으며, 대미 무역흑자도 2954억 달러로 2018년보다 288억 달러 감소에 불과했다.
주요 분석기관에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20~30%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계속 줄고 있고 전체 무역수지에서 대미 무역수지의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국에서 중국의 무역과 제조업 생산을 더 압박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특히 금융부문에서의 차단과 미국 외에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높은 유럽, 일본, 동아시아 국가들과 연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의 이러한 대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중국에 대한 누적 무역적자뿐만 아니라 달러 패권,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통상 정책으로 판단된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이 강대 강으로 장기전까지 이르기도 어려울 것이다.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이 대미 수입을 2천억 달러 늘리는 것으로 합의됐다. 다만, 무역 협상은 2019년 1월부터 13차까지 실무진 협상이 있었고 최종 합의는 2020년 1월 양국 정상회담에서 성사됐다.
이번 트럼프 2기는 1기보다 더 강경해졌고, 관세 규모도 더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협상 과정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양측이 요구하는 조건도 무역 규모뿐만 아니라 트럼프 1기에서 합의한 지적재산권, 시장 접근 기회 보장 등도 포함될 것이며 트럼프 정부는 더 노골적으로 위안화 절상까지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번 트럼프 2기의 미중 무역 전쟁은 1기보다 더 치열해질 것이며, 더 오랜 시간의 협상 과정이 예상되고,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