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주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 해제 조짐이 나타난 데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무풍지대'로도 떠오른 결과다. 증권가에선 엔터주 실적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주(14~18일) ACE KPOP포커스 상장지수펀드(ETF)는 6.46% 올랐다. 이 ETF 내 4대 기획사(하이브·에스엠·JYP·YG엔터테인먼트) 비중이 94.4%(17일 기준)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YG엔터(10.05%), 에스엠(9.3%), JYP(6.21%), 하이브(1.99%)가 모두 좋은 성과를 보였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2.08%), 코스닥(3.19%) 지수의 주간 상승률을 대부분 웃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상호관세가 효력을 발휘한 직후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한 관세가 90일 유예됐고,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거래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미국)"라며 협상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엔터주는 꼿꼿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음원·공연·콘텐츠 매출은 관세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국내서 수출하는 굿즈(기획상품)의 가격은 오를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한한령 해제 기대감까지 더해져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국내 3인조 래퍼 '호미들'은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형제들' 공연을 열었다. 앞서 밴드 '검정치마' 등 해외 국적 가수나, 소프라노 조수미의 공연이 허용되긴 했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대중가수가 중국 본토에서 공연 무대에 오른 것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2017년 당시 중국은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을 제한하는 한한령을 내렸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한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글로벌 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버블'도 상반기 중국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한한령 해제 직전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에스엠의 자회사 디어유가 운영하는 버블은 아티스트와 팬이 일대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해 전략적으로 한한령을 해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도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칭찬했다. 또 오는 10~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판매 개선에 따른 실적 반등도 예상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엔터기업 4개사의 합산 앨범판매량은 640만1000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8% 줄었다. 주요 고연차 아티스트가 월드투어에 나서 앨범이 발매되지 않은 영향이다.
다만 4월 발매되는 'NCT WISH'의 앨범 선주문량이 121만장을 기록하는 등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BTS(방탄소년단) 멤버 진을 비롯해 '엔하이픈', '세븐틴', '트와이스', '스키즈', '라이즈', '에스파', '베이비몬스터' 등 주요 아티스트 앨범 발매가 2분기 예정돼 있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 4사의 앨범 판매량 감소세는 1분기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앨범 매출이 2분기부터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NH투자증권은 엔터업종 최선호주로 하이브를 꼽았다. BTS 멤버가 하나둘 군복무를 마쳐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진, 제이홉은 전역 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뷔, 정국, 지민, 슈가는 오는 6월 전역한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연차부터 저연차까지 하이브의 아티스트는 안정적인 글로벌 입지를 갖췄다"며 "BTS 완전체 복귀가 목전인 가운데 중국 공연 재개 기대감까지 높아져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도 커졌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하이브에 목표주가 33만원을 제시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