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쿠쿠그룹 렌탈 기업 쿠쿠홈시스(284740)가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해외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쿠쿠홈시스 글로벌 법인 5곳 중 3곳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렌탈사업의 특성상 재무건전성 악화는 향후 사업 확장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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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쿠홈시스 경기도 시흥 본사 전경. (사진=쿠쿠홈시스) |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쿠홈시스의 종속기업 5곳 중 3곳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상태를 기록 중이다. 자본잠식이란 회사의 적자폭이 커져 납입자본금이 잠식되는 것을 의미하며,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접어든 것을 완전자본잠식이라고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쿠쿠홈시스 해외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법인과 이를 지원하는 말레이시아 IT서비스 법인을 제외한 전 법인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사실상 말레이시아 외 해외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법인과 인도법인, 싱가포르 법인은 각각 2019년, 2018년, 2016년에 설립됐다. 쿠쿠홈시스가 2010년대 후반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며 거점을 마련했지만 이들 법인은 설립 후 5년 이상 수익 기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적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쿠쿠홈시스 해외 법인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보면 △미국법인 65억원 △싱가폴 법인 13억원 △인도법인 2억원 등이다. 이 중 인도 법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년 대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특히 싱가포르 법인과 인도법인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다수의 법인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쿠쿠홈시스의 해외사업 경쟁력 둔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렌탈사업은 시장 안착을 위한 초기 투자가 불가피한 구조인 만큼 자본 여력이 부족할 경우 사업 정상화나 확장에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렌탈사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곧 경쟁력과 직결된다. 마케팅을 강화해 고객 계정을 꾸준히 늘려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계정이 확보돼야 비로소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시장 안착은 물론 중장기적인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쿠쿠홈시스가 해외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본사 차원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익 기반이 아직 온전히 마련되지 않은 법인의 경우 자체 역량만으로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증자나 직접적인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운영 축소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별 맞춤 전략을 수립하고 본사의 체계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적 악화에 따른 단기적 대응보다는 해외사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