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3개월 남자아이가 장난감 자석 33개를 삼켜 병원을 찾았다가 긴급 수술을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아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경우, 자연스럽게 대변으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자석이나 건전지는 장 손상이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18일 건양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23개월 남자아이를 키우는 보호자가 병원을 찾아왔다.
보호자는 "아이가 자석 장난감을 손에 쥔 채로 캑캑거리는 모습을 보고 병원에 데려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고, 의료진은 아이의 복부 엑스레이(X-Ray)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로 소장 안쪽에 여러 개의 자석이 엉켜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여러 개의 자석을 삼키면 자석이 장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압박하거나 서로 강하게 붙으면서 장 천공이나 누공이 발생해 복통·발열·복막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관련 자석들이 장기 내부에서 서로 들러붙으면서 장기 사이에 구멍(장 누공)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긴급 수술을 결정했다.
실제 아이 몸에서도 장 내부에서 자석이 서로 끌어당기며 소장이 심하게 손상됐고 장 누공이 발생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술을 집도한 건양대병원 소아외과 연희진 교수는 누공이 생긴 소장을 10㎝가량 절제하고, 손상 부위를 봉합했다. 수술 후 아이는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 지난 17일 퇴원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에 따르면, 2019∼2023년간 이물 삼킴·흡인 사고 건수는 매년 약 2000건에 달한다. 특히, 전체 사고의 82.2%가 1∼6세 소아에 집중됐고, 이물의 절반 가까이가 '완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희진 교수는 소아 삼킴 사고 주요 이물질로 자석뿐만 아니라 리튬 코인 건전지 위험성을 지적했다.
연 교수는 "코인 건전지는 주로 식도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건전지 전류가 흐르면서 전기 화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도와 식도 사이에 누공이 생기거나 심한 경우 대동맥과 식도 사이에 누공이 생겨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이물질은 자연스럽게 대변으로 배출되기도 하지만, 자석·건전지·워터비즈·날카로운 물체 등은 장 손상이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킨 것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