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하반기부터 알짜배기 사냥"…미드캡 펀드 결성나선 유럽 투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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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최근 2주만에 미들마켓 겨냥 펀드 4개 탄생
1분기 미들마켓 투자 규모 감소에도 준비 태세
안정적 현금흐름·밸류업 가능성에 너도나도 결성
"하반기 시장 회복 기대감…운용사들 관심 지속"

  • 등록 2025-04-08 오전 11:55:17

    수정 2025-04-08 오전 11:55:17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유럽의 알짜배기 중소·중견 기업을 겨냥한 미드캡 펀드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이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규 투자를 꺼리는 와중에도 하반기 경기 회복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실탄을 빠르게 모으는 모양새다.

(사진=픽사베이 갈무리)

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은 올해 1분기 총 79건의 유럽 미들마켓(middle market·중소 및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시장) 거래에 160억유로(약 25조 6777억원)를 쏟았다. 약 119건의 거래에 211억유로를 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거래 건수와 규모 모두 크게 감소했다.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공개(IPO)를 비롯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장이 둔화한데다 고금리 여파도 남아 있어 아직은 운용사들이 주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유럽에서 미들마켓 관련 펀드레이징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반기 금리 인하를 비롯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실탄을 미리 확보해 준비 태세에 나서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사모펀드운용사들이 기업 중에서도 중소·중견 기업을 타깃팅하는 이유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무궁무진한 성장 잠재력 △디지털 전환에 따른 밸류업 가능성 △쌓여 있는 비공개 매물 △스타트업 대비 다양한 엑시트 창구 등 다섯 가지로 설명된다. 쉽게 말하면 스타트업 혹은 덩치있는 비상장사에 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여지가 크고,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 대상인 셈이다.

실제 최근 2주 동안 유럽에서는 미들마켓을 겨냥한 펀드 네 개가 탄생했다. 우선 유럽에서 가장 최근 펀드를 결성한 곳은 IK파트너스다. 북유럽과 영국의 중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IK파트너스는 최근 33억유로(약 5조 2935억원) 규모의 미드캡 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회사가 지난 2020년 결성한 직전 펀드(28억5000만유로 규모) 대비 15% 이상 증가한 수준으로, IK파트너스는 이번 펀드로 헬스케어와 소비재, B2B 서비스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펀드레이징 6개월 만에 하드캡(hard cap·펀드 결성 총액한도)을 넘기며 펀드를 결성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9월부터 펀드레이징을 시작한 영국 런던 기반의 오클리캐피털은 최근 45억유로(약 7조 2167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이는 직전 펀드 결성 규모 대비 58% 증가한 수준으로, 기존 투자자들뿐 아니라 신규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해당 펀드로 기술과 전자상거래, 교육, 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럽의 중견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바이앤빌드(buy and build·하나의 핵심 기업을 인수한 후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관련 기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해 회사 규모와 기업가치를 빠르게 키우는 전략) 전략에 들어맞는 투자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오클리캐피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펀드를 결성한 곳도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기반의 노르베스터는 펀드레이징 3개월만에 5억유로(약 8000억원) 규모의 1호 미드캡 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는 북유럽 지역의 중견 기업 중에서도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부문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 CBPE도 7억1400만파운드(약 1조 3356억원) 규모의 미드캡 펀드를 최근 결성했다. 해당 펀드는 영국 및 아일랜드의 중소·중견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유럽 미들마켓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유럽에는 오너 중심의 중소·중견 기업이 많다”며 “승계 이슈로 거래 협상이 유연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IT 시스템이나 운영 구조, 글로벌 확장 전략 등 손만 가져다 대면 개선될 여지가 큰 알짜배기 기업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유럽 미들마켓에 대한 운용사들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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