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올 들어서 기관투자자(LP) 출자 사업에 굵직굵직한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신 중소형 운용사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형 PEF들이 펀드 자금을 대부분 확보하면서 출자 사업에 뛰어들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LP들 역시 중소형사에게도 과거보다 기회를 주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작년부터 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 대형 PEF의 ‘이름값’에 대한 불신이 커진 영향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협중앙회(신협)가 올해 소형 PE 출자 사업에 이어 중형 PE 출자를 준비하고 있다. 신협은 올 들어서 운용자산(AUM) 규모별로 출자 사업을 구분하고 있다. 이번에 소형 PE 출자 사업의 경우 AUM이 2000억~8000억원에 해당하는 곳으로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신협 출자 사업에는 다올 프라이빗에쿼티(PE), 이음PE, 헬리오스PE, KCGI, KY PE 등 그동안 대형사에 밀려 상대적으로 이름을 보기 어려웠던 곳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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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와 PEF 자금 순환 구조(사진=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
일반적으로 대형사에 출자금이 몰리는 경향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AUM 규모로 리그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자금을 푸는 LP들이 크게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아 실질적인 움직임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 신협이 본격적으로 AUM 규모로 리그를 구분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출자 사업도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교직원공제회의 경우 리그를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아예 기준에 있어서 제한을 두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투자전략과 성과를 놓고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준이 맞으면 어느 곳이든 출자한다는 것이다. 총 7000억원 규모 출자 사업에는 10곳의 위탁운용사(GP)가 선정됐다. 여기에는 JKL파트너스, IMM크레딧앤솔루션 등 대형사도 이름을 올렸지만 이음PE, LB인베, 다올PE 등 상대적으로 운용규모가 작은 곳들도 선정되면서 출자금을 골고루 가져갈 수 있게 됐다.
한 중소형 PE 관계자는 “MBK 같은 곳과 펀드레이징 경쟁을 하게 되면 그동안 사실상 그 자리는 포기하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동안 (LP들이) AUM 규모로 사이즈를 구분해 출자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업계에 공공연하게 있었지만 결국 LP가 갑이다보니 직접 불만을 표현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LP들 사이에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한 대형 PE에 대한 불신이 커진 영향도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MBK의 경우 국내 LP 출자사업에서 기본적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PE였지만 홈플러스, 고려아연 등 여러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형 PE ‘이름값’에 대한 회의론도 일부 나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MBK는 작년 하반기 이후 과학기술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군인공제회 출자 사업에서 줄줄이 미끄러졌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 출자 사업에서 대형 PE 선호 현상이 어느 순간부터 당연해졌다”면서 “LP와 PEF가 선순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서는 대형 PE 집중 현상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