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알짜매물이라지만…PE들, 애경산업 인수전 '뜨뜻미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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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유동성 확보 위해 매각 고려
업계, 안정적 실적에도 '밸류업 한계' 보여
상장사·유통업 이중 부담… 홈플·발란 여파
"성장성 뚜렷한 비상장 뷰티 기업이 나아"

  • 등록 2025-04-08 오후 6:44:58

    수정 2025-04-08 오후 6:44:58

이 기사는 2025년04월08일 16시44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애경그룹이 그룹의 캐시카우이자 모태사업인 애경산업(018250) 매각에 돌입했지만, 정작 인수 후보로 언급되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검토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PE 입장에서는 최소 5년 이내 밸류를 끌어올리기 적합하지 않아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기대와 달리 신중한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 (사진=연합뉴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이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를 대상으로 티저레터를 배포하며 본격적인 원매자 물색에 나섰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로, 매각가는 3000억원 대 초중반으로 예상되고 있다.

애경산업은 샴푸, 치약, 세제 등 생활용품과 더불어 기초 및 색조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소비재 기업이다.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갖췄다는 점에서 ‘알짜’로 평가받지만, PE 입장에서 바라보는 매력도는 다소 낮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사모펀드 특성상 5년 내외의 구간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엑시트(exit)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애경산업은 구조적으로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 PEF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잠재적 성장 동력은 뷰티사업 부문에서 찾아야 하지만, 이미 레드오션인 시장에서 경쟁사 대비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부재하다”며 “PE가 개입해서 성장을 가시화하기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명확한 성장 스토리 부족해

최근 유통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도 부담 요인이다. 홈플러스의 매각 지연과 발란의 유동성 논란 등으로 인해 업계 전반이 ‘보수 기조’로 전환된 가운데, 애경산업 또한 상장사이자 유통기업이라는 이중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상장사의 경우 경영 전략 수립 및 구조조정에 있어 공시나 주주 가치 제고 등 고려사항이 많아 PE 입장에선 접근이 어려운 구조다.

3000억원의 매각가 역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E 입장에서 보기엔 규모가 작지 않지만, 이 정도의 투자금을 들여도 고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명확한 성장 스토리가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SI 모집이 더 설득력 있을 것”

현재 인수 후보군으로는 유통 및 소비재 분야에 경험이 있는 MBK파트너스(홈플러스), IMM프라이빗에쿼티(한샘), 한앤컴퍼니(남양유업), 칼라일그룹(투썸플레이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버거킹·락앤락), 베인캐피탈(클래시스), CVC캐피탈(파마리서치), 모건스탠리PE(스킨이데아)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아직 검토 초기 단계이며, 시장 분위기나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PE 운용사 관계자는 “매각 이슈가 공식화되기 전까지는 내부적으로도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으며, 현재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상장사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끼는 하우스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FI가 아닌 SI를 모집하는 방향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며 “PE 입장에서도 차라리 성장성이 뚜렷한 비상장 뷰티기업을 SI로 검토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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