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신승’ 끌어낸 최윤범의 결집력…내년 주총이 진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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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황덕남 이사 득표 차이 90표 불과
고도의 ‘표 쪼개기’ 전략…MBK·영풍에 승기
내년 이사 13인 임기 만료…프로라타 변수

  • 등록 2026-03-30 오전 9:39:03

    수정 2026-03-30 오전 9:39:03

이 기사는 2026년03월30일 08시3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지난주 열린 고려아연(010130) 정기 주주총회는 치열한 수싸움의 장이었다. 국내 경영권 분쟁 역사상 유례없는 90표 차이의 표 대결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승기를 안겼다. 고도로 계산된 정밀 타격식 전략이 승패를 가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치밀하게 설계된 의결권 배분 전략과 그 이면에 숨겨진 차기 주총의 복선에 쏠리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고려아연 주총에서 고려아연 이사회 측이 추천한 최 회장과 황덕남 이사의 득표 차이는 단 90표에 그쳤다. 총 9299만여표가 행사된 집중투표 결과, 최 회장은 1560만8378표를, 황 이사는 1560만8288표를 얻었다. 거대 상장사의 투표 결과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근소한 차이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의 압도적 결집력이 만들어낸 전술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최 회장에 대해서는 ‘반대’를, 황 이사에 대해서는 ‘찬성’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후보의 득표수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은, 우호 주주들이 개인의 판단보다는 사전에 약속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음을 시사한다. 소수점 단위까지 화력을 분산한 최 회장 측 전략실의 노련미가 돋보였다는 평이다.

승부처 된 ‘프로라타’…계산법 논란은 여전

이번 주총에서 처음 도입된 프로라타(Pro-rata·비례 배분) 방식은 결정적 승부처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해외 의결권 행사 플랫폼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이 과소 표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미행사된 의결권을 찬성 후보에게 비례 배분하는 방식을 전격 적용했다.

가령 100주(집중투표제에 따라 500표 행사 가능)를 가진 외국인이 5인의 후보 중 A에게 100표만 행사했다면, 나머지 400표는 미행사로 남게 된다. 이때 프로라타 방식을 적용하면 시스템 오류로 못 던진 나머지 400표도 후보 A에게 몰아 500표로 적용하게 된다. MBK·영풍 측은 이를 두고 “이미 정해진 게임의 룰을 투표 직전에 바꾼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해외 시스템의 한계를 보정해 주주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더라도 이사 선임 결과에는 영향이 없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박 대표는 “계산법 미적용 시의 결과값도 검사인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2027년 이사회 빅뱅…수싸움 더 복잡해진다

올해 최 회장 측이 고도의 전술로 방어에 성공했지만, 시장의 눈은 내년 주총을 향하고 있다. 내년에는 박기덕 대표,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포함해 이사회 정원 19명 중 무려 13명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수성해야 할 자리가 많아질수록 집중투표제 하에서의 ‘표 분산’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내년 주총에서도 올해와 같은 프로라타 방식이 용인될지 여부도 변수다. 만약 내년 주총에서 이 방식이 봉쇄되거나 법적 제동이 걸린다면, 최 회장 측의 핀셋 방어는 불가능해진다.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표결 기준을 뒤집었다”며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의 90표 차 승리는 최 회장 체제의 견고함을 증명함과 동시에, 향후 더 정교한 거버넌스 보완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겼다”며 “내년 주총은 단순한 지분 싸움을 넘어 계산법의 정당성과 투명성에 대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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