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축산물 유통 플랫폼 스타트업 정육각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불과 1년 전에도 신규 투자를 단행했던 벤처캐피탈(VC)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니콘 후보로 주목받던 정육각의 회생은, 최근 들어 반복되고 있는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들의 연쇄 위기를 재확인시킨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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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초록마을) |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육각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 2022년 인수했던 유기농 식품 유통사 ‘초록마을’도 함께 회생절차를 밟으며,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문제는 정육각이 최근까지도 활발하게 외부 자금을 유치해왔다는 점이다. 정육각은 2024년 3월 약 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이 중 300억원은 신한캐피탈로부터 브릿지론 형태로 조달됐다. 해당 브릿지론은 2년 만기의 인수금융으로 전환하는 조건이었으나,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채권 회수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선 금융권 채권도 큰 폭의 감액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 캡스톤파트너스(452300) 등 VC들은 약 1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단행했으며, 이 역시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는 2023년 말 기준 ‘스톤브릿지한국형유니콘 투자조합’, ‘DNA혁신성장 투자조합’, ‘스톤브릿지신한유니콘세컨더리 투자조합’ 등을 통해 정육각 지분 약 9%를 보유했으나,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미 해당 투자 전액을 감액 처리했다.
같은 해 기준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육각의 주요 주주로는 김재연 대표(16.34%)를 포함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7.93%), 캡스톤파트너스(6.75%), 프리미어파트너스가 ‘2020 프리미어 스케일업 투자조합’과 ‘2022 프리미어 스케일업 투자조합’으로 9.9%를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육각 측은 법원 결정에 따라 사업을 재편하고, 매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수 불가능성을 이미 반영한 분위기다. 정육각에 투자했던 한 VC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일단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을 아꼈다.
플랫폼 기업의 위기로 투자손실을 입은 사례는 여럿 있다. 명품 플랫폼 발란도 최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유니콘 기대를 모았던 트릿지에 500억원을 투자했던 DS자산운용은 해당 지분을 전액 손실 처리했다. 퍼플랩스헬스케어에 투자했던 뮤렉스파트너스 역시 자본잠식 이후 일부 투자 감액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투자업계는 플랫폼 기반 스타트업 투자에 있어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중견 VC 운용사 관계자는 “성장 지표만 보고 후속 라운드에 뛰어들던 과거 방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초기 투자단계에서 회수 가능성과 리스크 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