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지 기자] 한국 기관투자가(LP)들이 글로벌 실물자산 시장에서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시니어하우징 등 구조적 수요가 뒷받침되는 자산을 주목하고 있다. 과거 해외 오피스와 리테일 중심으로 확장됐던 실물자산 투자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확산과 에너지 전환, 고령화 등 장기 흐름과 맞물린 인프라·부동산 자산을 선별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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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김진환 사학연금 부동산·인프라투자팀장, 노승환 NH투자증권 대체자산투자본부 이사, 동윤 삼성자산운용 산재기금대체투자팀장, 송창은 행정공제회 해외부동산팀장과 '실물자산 LP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사진=이데일리) |
AI가 키운 데이터센터 수요…LP 눈길은 전력 인프라로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인프라스트럭처 인베스터 포럼 서울 2026(Infrastructure Investor Forum Seoul 2026)'에서 국내 주요 LP들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수요 기반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투자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프라스트럭처 인베스터 포럼 서울 2026은 글로벌 사모시장 데이터·정보서비스 기업 PEI그룹이 주최하는 인프라 투자 전문 행사다.
이날 '실물자산 LP 패널 토론: 새로운 지평 탐색하기-글로벌 실물자산에서 확대되는 한국 LP들의 역할' 세션에는 장동헌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좌장으로 김진환 사학연금 부동산·인프라투자팀장, 노승환 NH투자증권 대체자산투자본부 이사, 동윤 삼성자산운용 산재기금대체투자팀장, 송창은 행정공제회 해외부동산팀장이 참석했다.
패널들은 AI 확산과 클라우드 전환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관련 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일부 구간에서는 밸류에이션 부담도 커진 만큼, 단순히 성장성만 보고 접근하기보다는 자산별 선별 기준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데이터센터 투자의 핵심 변수로는 전력 확보가 꼽혔다.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사용을 전제로 하는 자산인 만큼 전력망 접근성, 수전시설, 냉각 시스템 등이 자산 가치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전력 규제와 인허가 환경, 기술 노후화 가능성에 따라 자산별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LP들은 데이터센터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력 인프라에서 더 안정적인 기회를 찾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전력망과 수전시설 등 주변 인프라를 통해 디지털 인프라 성장에 참여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패널들에 따르면 데이터센터가 핵심 성장 섹터라는 점은 분명한 만큼 코어 인프라 펀드 등을 통해 일정 수준의 익스포저를 유지하려는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주식 강세에 자산배분 변수…대체투자는 선별 집행
부동산 투자에 대해선 신중론이 우세했다. 팬데믹과 금리 인상기를 거치며 해외 오피스와 리테일 등 일부 자산에서 어려움이 나타난 만큼 신규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되, 주거와 물류, 시니어하우징 등 수요 기반 부동산은 여전히 투자 기회가 있다는 평가다. 노승환 NH투자증권 대체자산투자본부 이사는 "전력 관련 인프라를 좋게 보고 있고, 시니어하우징처럼 수요에 기반한 부동산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안정적인 현금흐름, 장기 계약 구조, 인플레이션 연동 여부, 규제 예측 가능성을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동윤 삼성자산운용 산재기금대체투자팀장은 "부동산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신규 투자에서는 인프라 쪽이 계속 확대 기조에 있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인프라 비중을 높여야 하고, 다양한 섹터 중 성장세가 뚜렷해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집행 속도는 각 기관의 자산배분 여건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송창은 행정공제회 해외부동산팀장은 최근 국내 주식시장 강세로 일부 기관의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돌면서, 초과 비중 조정 방식이 대체투자 집행 여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형 투자는 기존 비히클 증액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집행이 수월하지만, 에쿼티 투자는 시니어하우징 등 일부 섹터를 제외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운용사(GP) 선정 기준도 트랙레코드 중심에서 위기 대응력과 운영 개선 능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노 이사는 "과거처럼 트랙레코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위기에 대응한 경험이 있는지, 오퍼레이션 개선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이해관계가 유지되고 있는지, 조직 안정성이 있는지를 볼 예정"이라며 "밸류에이션의 실효성과 유동성 관리 능력도 중요하게 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진환 사학연금 부동산·인프라투자팀장은 사전 리스크 점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리스크는 사전에 점검할 수 있는 만큼 점검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며 "터지고 나면 행정적 절차가 중심이 될 뿐 실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는 가운데서도 패널들은 AI 시대에 부동산과 인프라의 본질적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AI는 사람의 관계와 모임이라는 원초적 본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며 "부동산은 그런 관계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자산이라면 계속 가치가 갈 것이고, 인프라는 그 관계를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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