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SK그룹이 추진 중인 대형 자산 매각 딜에서 또다시 한앤컴퍼니(한앤코)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과거 MBK파트너스가 주도하던 굵직한 딜의 중심에 이제는 한앤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연이어 SK 계열사 인수에 나서며 ‘SK 전문 투자자’로 부상한 한앤코는 이번에도 SK실트론 인수전에 나서며 사실상 SK그룹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
(사진=한앤컴퍼니) |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인 SK㈜는 최근 주요 사모펀드와 접촉하며 SK실트론 경영권 매각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매각 지분은 SK㈜가 직접 보유한 51%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확보한 19.6% 등 총 70.6%에 이른다. 매각 몸값으로는 5조원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SK실트론 매각은 SK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는 비핵심 사업 매각을 통해 핵심 성장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실트론 매각을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두고 사모펀드 판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하나였던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가운데, 한앤코가 그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MBK는 홈플러스 인수 이후 매각 실패와 실적 부진 등으로 운용 전략에 대한 비판을 받으며, 국내 PEF 시장에서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한앤코는 지난해 7월 4조7000억 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펀드는 1차 결성 이후부터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 SK스페셜티, SK엔펄스 CMP패드 사업부 인수에 활용됐으며 이미 절반가량을 이미 소진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충분한 투자 여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한앤코는 SK그룹과의 긴밀한 거래 관계를 지속해온 몇 안 되는 PEF 하우스로, 그간의 성공적인 거래 실적도 강점이다. 2018년 이후 SK해운, 케이카 등의 인수를 통해 우수한 경영 성과를 보여왔으며, 이는 SK그룹이 이번 거래에서도 한앤코를 유력 협상 대상으로 고려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MBK의 위축은 대부분 중소형 PE의 출자사업이나 딜, 운용 등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동급 하우스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