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장마’에 독해진 폭염… 내주 ‘이중 열돔’ 깨져도 푹푹 찐다

6 days ago 7

[7월 극한 폭염]
열흘만에 7월 평균 폭염일수 초과… 올 강수량 평년 대비 80% 그쳐
내주 ‘열돔’ 깨지며 중부지방 비 예보… 수증기 유입에 폭염기세 못꺾을듯

전국 곳곳 녹조…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저수지? 10일 경기 양주시 원당저수지에 녹조가 발생해 인근 밭과 비슷한 색으로 보이고 있다. 녹조는 수온이 높거나 물이 정체될 때 빠르게 증식하는데, 올해 이른 폭염과 적은 장맛비로 곳곳에서 발생했다. 양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국 곳곳 녹조… 어디가 밭이고 어디가 저수지? 10일 경기 양주시 원당저수지에 녹조가 발생해 인근 밭과 비슷한 색으로 보이고 있다. 녹조는 수온이 높거나 물이 정체될 때 빠르게 증식하는데, 올해 이른 폭염과 적은 장맛비로 곳곳에서 발생했다. 양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마른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공식 관측용어는 아니지만 기상청은 강수일수와 강수량 등을 분석해 장마철 평년 강수량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 ‘마른장마’라고 판단한다. 올해 전국 강수량은 평년 80% 수준에 그쳤다. 장마 기간 초반에만 반짝 비가 내린 뒤 줄곧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장마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달 1∼10일 전국 폭염일수는 이미 7월 전체 평균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주 한반도를 덮은 ‘이중 열돔’이 깨지며 중부지방 등에 비 예보가 있지만 불볕더위의 기세를 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유례 없는 폭염에 예산 35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 올해 강수량 평년 80% 그쳐

기록적인 폭염의 원인 중 하나는 장마 기간인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 이른바 ‘마른장마’다. 기상청은 제주와 남부지방은 장마가 끝났다고 발표했지만, 중부지방은 장마 종료를 선언하지 않고 있다. 장맛비를 뿌리는 정체전선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한반도 북서쪽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중부지방에 비가 내리지 않고 있지만, 장마전선이 다시 남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커 아직 공식적으로 장마 종료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북쪽 찬 공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태여서 중부지방의 장마 종료를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전국에 내린 비의 양은 454.2mm다. 이는 평년 같은 기간 강수량(544.4mm)의 83.4%다. 제주 및 남부지방에선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른 확장으로 올해 장마는 평년보다 일찍 시작해 짧게 지나갔다. 제주는 지난달 12일 시작해 같은 달 26일에, 남부지방은 지난달 19일 시작해 이달 1일 장마가 종료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관측이 체계화된 1973년 이후 현재까지 7월의 평균 폭염일수는 4.1일이다. 그런데 올해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7월이 3분의 1밖에 지나지 않은 10일 기준 4.9일을 기록했다. 역대급 폭염이 닥쳤던 지난해에도 7월 폭염일수는 4.3일에 그쳤다. 2023년에는 4.1일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폭염으로 본다.폭염이 이어지며 9일 100명이 넘는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9일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111명이다.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 15일부터 이달 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357명이다.● ‘이중 열돔’ 깨져도 폭염 계속

11일 아침 최저기온은 19∼25도, 낮 최고기온은 25∼36도로 예보됐다. 이날 오후부터 12일 오전까지 제주도에는 5∼20mm의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13일쯤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기압계에 변화가 생기며 고기압이 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서풍 형태로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특보 수준의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상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중첩해 푹푹 찌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다음 주 이 두 고기압이 와해하면 그 틈으로 북쪽에서는 찬 공기가, 남쪽에서는 따뜻한 공기가 불어 들어온다.

두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생기는 장마전선으로 중부지방과 강원 영서지방에는 16, 17일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재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16일 이전까지는 일부 지역에 소낙성 강수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충청권, 남부지방, 제주에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 남쪽에서는 열대요란(태풍의 씨앗)이 발달할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가 ‘8월 둘째 주 평일’ 오후 5∼6시께 최고 97.8GW(기가와트) 범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대로라면 지난해 8월 20일(97.1GW)의 역대 가장 높은 최대 수요 기록을 웃돈다. 산업부는 전력 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에 맞춰 지난해보다 1.2GW 증가한 106.6GW의 공급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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