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KOTRA의 ‘미국 제조업 현장 AI 도입 트렌드 및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미국 제조기업들은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을 줄이는 ‘적시생산(Just in Time)’을 경쟁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팬데믹과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용 절감보다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우선하는 ‘대비형 생산(Just in Case)’ 전략이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공급망 안정화 전략은 안전재고 확대와 공급처 다변화, 생산기지 분산으로 이어졌고, 그중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이 리쇼어링이다. 여기에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기업들의 리쇼어링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커니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 경영진의 86%는 안전재고를 확대하고 있으며, 20%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미국 리쇼어링 이니셔티브 조사에서도 관세를 리쇼어링의 주요 원인으로 꼽은 사례가 전년 대비 454% 급증했다. 그 결과 2024년 리쇼어링과 외국인직접투자(FDI)를 통해 미국 제조업에서 약 24만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2025년 미국의 신규 FDI 총액은 2322억 달러(약 345조8000억 원)로 전년보다 49.5% 증가했고, 이 가운데 제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문제는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되돌릴수록 인력 부족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미국 제조업은 2033년까지 최대 380만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심각한 구인난과 숙련도 부족으로 약 190만 명을 충원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젊은층의 제조업 기피, 임금 상승이 맞물린 결과다.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도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도입을 해법으로 선택하고 있다. AI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공장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생산 조건을 스스로 제시하거나 조정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제조기업의 29%는 이미 AI와 머신러닝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고 있으며, 24%는 생성형 AI를 업무에 도입했다.
권오형 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장은 “미국 제조사들이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나 현장 적용과 시스템 통합에서 여전히 애로를 겪고 있다”며 “제조설비 현대화 역량이 뛰어난 한국 기업들이 정밀한 하드웨어 설계와 결합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면 미국 중견·중소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새로운 수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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