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전준우가 3일 사직 LG전에서 8회말 2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부상자 속출에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를 두고 흔히 '잇몸야구'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주장 전준우(39)다.
롯데는 3일 기준 2025시즌 83경기에서 45승 35패 3무(승률 0.563)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2위에 위치하고 있고, 선두 한화 이글스와 승차는 단 1.5경기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단 하루도 5할 이상 승률을 달성하지 못했던 롯데는 올해 4월 16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 후 꾸준히 승패마진 양수를 기록 중이다. 5월 1일 2위에 오른 후에는 6월 초 이틀 4위로 떨어진 걸 제외하면 3위 안에서 돌고 있다.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상 선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롯데는 4월 초부터 손호영과 고승민이 내복사근 염좌, 황성빈이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래도 고승민과 황성빈은 빠르게 돌아왔지만, 황성빈은 5월 초 주루 도중 손가락 골절을 당하며 전반기를 거의 날리고 말았다. 부상자들을 대신해 주전으로 등극한 전민재도 4월 말 헤드샷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5월 들어서도 부상 악령은 계속돼 에이스 찰리 반즈가 어깨 손상으로 퇴출됐다. 6월에는 나승엽이 2군에서 눈 부상, 손호영이 손가락 부상, 윤동희가 대퇴부 근육 손상으로 빠졌다. 장두성은 견제구에 맞아 폐 출혈이 일어났고, 전반기 막판에는 고승민이 다시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졌다.
그럼에도 롯데는 누군가가 나타나 빈자리를 채웠다. 선발진에서는 4년 차 이민석이 잠재력을 터트리고 있고, 야수진에서는 전민재와 장두성, 김동혁, 박찬형, 이호준, 한태양 등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롯데의 야구를 두고 이 대신 잇몸이 활약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
롯데 전준우(오른쪽)와 박찬형.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
하지만 전준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최근 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 출연, "선수들이 전부 '잇몸, 잇몸' 하는데, 여기 있는 선수들이 전부 '이'다. 잇몸이 아니라, 전부 다 없으면 안 될 선수들이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3일 LG 트윈스와 홈 경기 승리(2-0) 후 취재진과 만난 전준우는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을 잇몸이라고 표현하는 자체가 마음이 안 좋더라"고 했다.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너무 잘하고 있다"고 말한 그는 "이 더운 여름에 너무 고생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준우 본인도 '이' 중 하나다. 그는 지난 2일과 3일 열린 LG전에서 이틀 연속 결승타를 터트렸다. 2일 경기에서는 4회말 임찬규를 상대로 선제 2점 홈런을 터트렸고, 다음날에는 8회말 0-0에서 3루수 옆을 뚫는 2타점 2루타로 팽팽하던 균형을 깼다.
이로써 전준우는 시즌 10번째 결승타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팀 동료 나승엽, KT 위즈의 멜 로하스 주니어와 함께 리그 공동 1위에 해당한다. 그만큼 올 시즌 팀 승리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는 전준우다. 이에 대해 그는 "우리 팀 선수가 2명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은 거다. 10개, 10개 하면 20승이지 않나. 너무 기분 좋다"고 밝혔다.
전준우 본인도 몸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그는 "솔직히 안 아픈 사람 없다. 조금 아프다고 해서 빠지는 것보다는 당연히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며 "당연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롯데 전준우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