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들 노동팀 키우는데…노동법, 변시선 '찬밥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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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법, 중대재해처벌법, 통상임금 판결, 주 52시간 근로제 등 노동 문제가 사회적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변호사시험에서 선택과목으로 노동법을 고르는 인원은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노동법이 ‘고사’ 위기에 빠지면서 학계가 위축되고 전문 연구가들도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변호사시험(변시)에서 노동법을 선택한 응시생은 2018년 415명에서 2023년 138명으로 급감했다. 암기 분량이 너무 많고 시험 합격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은 “유망한 분야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합격이 우선인 변시에서 선택과목으로 암기 부담이 큰 노동법을 정하기엔 부담스럽다”고 했다. 한 법학과 교수는 “교양 과목으로는 인기가 없지 않다”면서도 “학회에 나가면 폐강을 걱정하는 로스쿨 교수가 적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2023년 제12회 변시 전체 응시생 3255명 중 82%는 국제거래법, 환경법, 국제법 등 일부 선택과목에 쏠렸고 노동법을 택한 응시자는 4.2%에 그쳤다. 변시는 공법·민사법·형사법 세 과목을 필수로 치르고 7개 선택과목 중 하나를 골라 응시하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무부는 특정 선택과목 쏠림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관련 통계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이는 대형로펌 등에서 노동 분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역설적인 상황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노동 담당 변호사와 노무사, 고문, 전문위원 등을 합치면 100명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법무법인 광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도 노동팀 변호사만 3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 분야 수요가 늘면서 법인들이 경쟁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지만 정작 로스쿨에선 노동법이 외면받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노동법 전문 연구가가 설 자리가 점점 줄면서 노동법 학계도 위축되고 있다. 노동법 전담 교수를 줄이고 변호사 등 실무가 출신 교수 채용을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은 박수근 교수(전 중앙노동위원장)가 정년퇴직한 자리에 변호사 출신 교수를 영입했고 고려대와 부산대도 공석이 된 노동법 교수 자리에 실무가 출신을 뽑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관계자는 “학자가 아닌 변호사가 교수가 되는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연구해도 교수가 되기 어렵다 보니 신진 학자 중 실무가 출신이 아닌 사람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했다.

곽용희/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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