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프리 드 로잔(로잔 콩쿠르)의 히어로 박윤재(16·사진)가 당초 진학하기로 한 미국 뉴욕의 재클린케네디오나시스(JKO)스쿨을 건너뛰고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스튜디오 컴퍼니에 입단한다.
JKO스쿨은 학생들의 예술적 소양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주력하는 교육기관이다. ABT 등 여러 유명 발레단에 입단할 무용수를 양성하는 ‘피더 스쿨(feeder school)’ 역할을 한다. 이에 비해 스튜디오 컴퍼니는 JKO스쿨의 교육과정과 ABT 정식 컴퍼니를 잇는 확실한 가교다. 전문 무용수로 실질적 경험을 쌓고 정식 컴퍼니에 입단하기 위한 최종 준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보통 만 17세에서 21세 사이 잠재력 있는 무용수로 구성되는 ABT 스튜디오 컴퍼니에 박윤재가 입단 제의를 받은 건 파격이다. 박윤재는 “며칠 전 싱가포르에서 초청 공연을 하고 있을 때 스튜디오 컴퍼니로부터 화상으로 입단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오는 9월 1일부터 그는 이곳에서 활동한다.
JKO스쿨은 무용수로서의 기본기를 다지는 학교이고, 스튜디오 컴퍼니는 그 기본기를 바탕으로 전문 무용수로서 실전 경험을 쌓는 예비 컴퍼니다. 스튜디오 컴퍼니는 ABT 정단원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관문에 놓인다. 스튜디오 컴퍼니 단원들은 정식 무용수처럼 클래식, 신고전주의(네오클래식), 현대 발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습하고 공연한다. 또 ABT 정식 컴퍼니의 일부 작품에 출연할 기회도 갖는다.
스튜디오 컴퍼니에 입단한다고 해서 ABT 정단원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단원으로 발탁되기 위한 가장 일반적인 경로이기도 하다. 뉴욕 현지 보도에 따르면 ABT 정단원의 80%가 스튜디오 컴퍼니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디오 컴퍼니 단원이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면 ABT의 견습(apprentice) 단원으로 승격될 수 있다. 견습 단원은 정식 단원과 함께 연습하고, 일부 공연에 참여하며 정식 단원으로서의 적합성을 최종적으로 평가받는다. 견습 기간 동안 좋은 평가를 받으면 ABT 군무 단원으로 정식 계약을 하게 된다.
한편 박윤재와 함께 스튜디오 컴퍼니에 입단하는 무용수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박건희, JKO 출신 박수하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생이던 박건희는 올해 초 일찍이 발탁돼 ABT 스튜디오 컴퍼니행을 결정했다. 그는 2024년 미국에서 열린 발레 국제 콩쿠르 YAGP 우승자이기도 하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