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국제치안산업대전 개최
올해 6회째 지난해 수출 50억원 달성
AI비상벨·자율주행로봇…“미래치안은 첨단기술로”
어두운 밤, 괴한에게 쫓기는 상황. 전화기를 꺼내 ‘112’를 누르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여력도 없고, 평소엔 잘만 보이던 비상벨도 눈에 띄지 않는다. 빈틈없는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곳곳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만 위급 상황에선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인공지능(AI) 기능이 적용된 ‘음성인식 비상벨’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됐다. “사람 살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꺅” 등 비명을 지르면 비상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비상벨이 작동한다. 현장에선 우렁찬 소리와 함께 경광등이 번쩍이고, ‘경찰이 출동했다’는 경고 멘트가 울린다. 이는 최신 기술이 적용된 미래 치안의 일례다.
경찰청은 23일 인천 연수고 송도컨벤시아에서 제6회 국제치안산업대전을 개최했다. 이번 박람회는 ‘국민을 위해, 함께 더 안전하게’를 주제로, 이날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박람회에선 대테러 장비, 범죄 수사·감식 장비, 사이버범죄 예방·대응 등 9개 전문 전시관과 함께 AI, 마약 탐지 기술 등 국민의 안전한 일상과 관련된 특별관이 운영된다.
이날 박람회에선 자율주행 보안·안전 로봇, AI 기반 족적 자동검색 시스템, 비치사성 테이저건, 360도 웨어러블 넥밴드형 바디캠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국제치안산업대전은 ‘치안산업대상’을 신설했다. 경찰청은 치안 분야 기술개발·수출 우수기업을 선정하고 포상해 국내 기업들의 치안산업에 대한 관심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치안산업대상 수상의 영예는 전주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선임연구원, 이현우 엘마인즈 대표, 강승완 아이메디신 대표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전 선임연구원은 범죄 피해자나 실종자의 위치를 신속히 확인하기 위한 3차원 위치추정 기술과 와이파이 기반 정밀탐색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경찰관은 긴급구조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이 현재 건물 몇 층에 있는지도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은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6개 경찰서에서 66건 이상의 구조 사례를 기록하는 등 실효성을 입증했고, 현재 서울 관내 31개 경찰서에서 시범적으로 적용·활용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음성인식 비상벨을 개발하고, 올해 일본 보안업체들과 약 100만달러 수출 계약을 맺었다. 내년부터는 일본 내 정식 판매를 시작으로, 미국·유럽 등 수출국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강 대표는 뇌파를 측정해 뇌 질환이나 마약중독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개발하고, 태국 기업체들과 약 150만달러에 달하는 수출 계약을 맺었다.
국제치안산업대전은 국내 치안산업 분야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비즈니스 허브로서의 역할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초로 행사 기간 중 참가 기업들이 50억원 상당의 수출 계약을 맺었고, 올해는 60억원 이상의 수출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람회 현장에선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 20여 개국 경찰 대표단과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일대일 수출 상담회가 진행된다. 또 남미 지역 치안 강화를 위한 ‘도시 안전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는 미주개발은행과 중남미 지역 고위급 경찰 관계자를 초청해 국내 기업과 만남을 주선하고, 국내 기업의 중남미 지역 진출도 지원한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국제치안산업대전이 세계 제일의 치안산업 분야 박람회로 자리 잡고, 치안산업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성장하길 희망한다”며 “치안산업 분야 기업들이 우수 기술·제품을 개발하고, 국내외 판로를 확보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 기간 동안 제1회 국제 CSI 컨퍼런스, 제10회 인터폴 미래치안회의,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주관 ‘2024 하반기 학술대회’ 등도 부대 행사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