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의 끝" 해피 엔딩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공생 관계

21 hours ago 4

기술 천국에서나 있을 법한 로맨스가 있다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관계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초기 투자자였으며, 신생업체인 오픈AI는 이런 투자금으로 획기적인 생성형 AI 기반 챗GPT를 개발해 지금 같은 생성형 AI 열풍의 주역이 될 수 있었다.

투자를 받은 오픈AI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I 신생업체로 성장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는 130억 달러를 더 투자했다.)
 

ⓒ Getty Images Bank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선견지명 덕분에 챗GPT를 코파일럿 도구 라인의 기반으로 사용하며 AI 분야를 선도하게 됐다. 오픈AI의 지분을 상당 부분 소유하고 있으며, 이 관계로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그 과정에서 두 회사는 함께 의회에 로비하고, 전략을 세우며, 거의 모든 면에서 같이 걸음을 옮기는 것처럼 보였다. 작년에 오픈AI가 샘 알트먼을 CEO에서 축출했을 때,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그를 복직시키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알트만이 “기술 업계 최고의 브로맨스”라고 불렀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지난해 오픈AI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많은 청중 앞에서 나델라는 알트먼을 향해 “우리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알트먼도 동감을 표했다.

만일 영화였다면 로맨스가 너무 감동적이기만 해서 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과거의 이야기다. 둘은 서로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사실 놀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 3월 필자 역시 두 업체가 “친구라기보다는 원수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필자는 알트만과 오픈AI COO 브래드 라이트캡이 공개적으로 기업을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에서 오픈AI의 엔터프라이즈 챗GPT로 유인하려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알트만과 라이트캡이 뉴욕, 샌프란시스코, 런던에서 300명 이상의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구애를 펼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간접적 생성형 AI 기술 대신 직접 기술을 구축한 오픈AI과 함께 일할 것이라는 장점을 강조하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반감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나델라는 오픈AI를 겨냥해 "오픈AI가 바로 내일 당장 사라진다고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지적재산권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인력, 컴퓨팅, 데이터,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보다 위에, 아래에, 주변에, 모든 곳에 있다”라고 공격한 적도 있다.
 

최악에서 더 최악으로

그 이후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싸움의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가장 큰 것은 많은 이가 짐작하는 대로 돈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에 투자한 140억 달러에는 현금뿐 아니라 컴퓨팅 리소스, 특히 오픈AI의 기술을 훈련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양의 연산 능력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최근의 현금 투입은 10월 초 오픈AI가 여러 은행, 투자 펀드, 마이크로소프트, AI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를 포함한 투자자로부터 66억 달러를 유치하면서 이루어졌다. (이 중 10억 달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 이후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1,57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오픈AI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의견 충돌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1,570억 달러의 기업 가치에도 불구하고 오픈AI의 지출은 계속 급증하면서 매년 50억 달러의 손실을 내며 현금을 소진하고 있다. 조만간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사실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2029년 오픈 AI는 연간 375억 달러를 컴퓨팅 비용으로 지출할 것이며, 이 비용은 급여, 임대료 및 회사의 다른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순수 컴퓨팅 비용이다.

따라서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을 제공해주기를 원한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망설이고 있다. 더타임스는 이렇게 지적한다. “오픈AI 직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충분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일부는 다른 회사가 인간의 두뇌와 일치하는 AI를 만드는 데 성공하면 오픈AI에 필요한 컴퓨팅 성능을 제공하지 않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불평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오픈AI는 현재 이러한 연산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에는 오라클과 거의 100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컴퓨팅 파워를 금전적으로 얼마로 평가할지 재협상했지만, 새로운 계약이 금전적 가치를 낮출지 높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미래를 위해 오픈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6억 5,000만 달러 이상을 들여 오픈AI 경쟁사 인플렉션의 거의 모든 직원을 고용했다. 또한 인플렉션 전 최고 경영자이자 공동 창업자 무스타파 슐레이만을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업무 담당 책임자로 영입했다. 슐레이만과 오픈AI는 이미 여러 차례 충돌을 겪었으며, 알트만은 슐레이만의 채용에 점점 더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 D.A. 데이비슨 애널리스트 길 루리아는 타임즈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픈AI 기술만 사용한다면 뒤처질 수 있다. 진정한 경쟁이 시작되면 오픈AI가 이기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예측했다.
 

다음 단계는?

이 모든 것은 서막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오픈AI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속적 투자가 공정한 시장 가치를 인정 받느냐 하는 것이다. 오픈AI는 원래 비영리 회사로 설립되었고, 그 기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이후 오픈AI의 본질은 영리 업체로 변모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두 회사가 문제 협상을 위해 투자 은행을 고용했다고 보도했다. 투자 은행이 개입하면 더 이상 칼을 휘두르는 싸움이 아니라 화염 방사기가 등장하는 단계다. 두 회사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과연 누가 승리할까? 오픈AI의 기업 가치는 1,570억 달러로 결코 약한 경쟁자가 아니다. 그러나 기사 작성 시점인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치는 3조 1,900억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겸손하고 친근한 태도로 유명한 나델라는 사실 알트만보다 훨씬 더 상어에 가까운 인물이다. 필자라면 마이크로소프트에 돈을 걸겠다.
editor@itworld.co.kr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