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위에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 두 마리. 그 순간 갓길에 설치된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에 ‘전방 150m 야생동물 출현! 서행! 서행! 서행!’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표시됐다. 라이다(3차원 레이저 측정 시스템) 센서가 장착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CCTV가 고라니를 즉각 감지한 것이다. 운전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서행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 같은 모습이 전국에서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DX는 ‘동물 찻길 사고 예방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9일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도로에 출현한 야생동물을 감지한 뒤 영상인식 AI로 판독·분석해 구간을 지나는 운전자에게 LED 전광판으로 실시간 상황을 알려줘 사고 예방을 지원한다. 포스코DX는 이번 시스템을 위해 야생동물 종류, 출현 시간 등 다양한 정보를 딥러닝을 통해 학습했다. CCTV 영상에 포착된 객체와 행동을 AI가 자동으로 탐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출몰 가능성을 추정해 예고하는 기능을 적용했다. 영상에 포착된 야생동물 종류·출현 시간·행동 정보 등은 자동 축적된다.
이 시스템은 지난해 말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수립한 ‘제3차 동물 찻길 사고 저감대책’에도 반영됐다. 기존에는 야생동물 도로 진입 방지 펜스와 유도 울타리, 야생동물 출몰 표지판 등을 활용해 동물 찻길 사고를 감시했다면 앞으로는 포스코DX 시스템을 적용해 운전자와 동물을 동시에 보호하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DX는 올해 수도권 출퇴근 운전자가 많은 경기 양평을 비롯해 강원 횡성, 내년엔 전북 남원 등 총 3개 구간에 시스템을 단계별로 확대한 뒤 2027년까지 고도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엄기용 포스코DX 경영지원실장은 “산업 현장에 주로 적용해온 AI 기술을 활용해 생물 다양성 보전과 운전자 보호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