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파이, 日서 항공사 직원 위장해 첨단무기 부품 밀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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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보도…“서방 경고에도 日 차단 못해”

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사용하는 군사용 물품을 일본에서 몰래 들여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 전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의 요원들이 일본에 파견된 국영 항공사 직원으로 위장해 물품을 들여오고 있다는 것.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 국가들도 이를 파악하고 일본 정부에 수차례 경고했지만, 상황이 달라지 않았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정보기관 활동이 취약한 일본이 대(對)러시아 제재의 구멍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NYT는 여러 정보기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러시아군 총참모부 정보총국(GRU) 산하 비밀조직인 제20국이 일본에서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20국이 일본에 구축한 밀반출망을 통해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첨단기술 부품을 확보한 뒤 제3국을 거쳐 러시아로 이를 들여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 각국은 러시아 정보요원 수백 명을 추방하고 크렘린궁과 연계된 기업들을 제재했다. 이후 추방된 러시아 정보요원 중 수십 명이 일본에서 다시 포착됐다는 것. 이들의 일본 내 핵심 거점은 도쿄에 있는 러시아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로, 2024년 2월 일본에 입국한 막심 블라디미로비치 필첸코프(49)가 중심 인물로 지목됐다. 아에로플로트 사무실은 일본 경찰청 본부에서 도보로 불과 10분 떨어진 거리의 건물에 있다.

일본 정부는 군사용 물품의 대러 수출을 이미 금지한 상태다. 이에 러시아 정보요원들은 베트남과 스리랑카 등 제3국을 거치는 우회망을 통해 첨단 부품을 러시아로 들여오고 있다. 이들은 군사용으로 전용할 수 있는 부품이라는 걸 숨기기 위해 허위 서류를 발급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미사일 및 드론 부품의 90%가 일본산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의 추산이다.

서방 당국은 일본에 러시아 정보요원들의 밀수 활동을 알리며 수차례 경고를 보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4월 한달 동안 8차례나 외교 서한을 일본 외무성에 보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업계에 대러 제재 회피 위험을 경고했다. 도 대러 수출 규제 회피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해외기업 수십 곳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하지만 일본은 해외정보 수집을 전담하는 기관이 없고, 간첩 활동을 포괄적으로 처벌하는 법도 없어 ‘스파이의 천국’으로 통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정보관리 및 처벌 강화를 담은 ‘스파이 방지법’ 제정을 추진 중인데, 이번 사태도 관련 논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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